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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경거망동 말라" 백반형님 나가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치찌개, 된장찌개, 오징어볶음...정말 백반집에서 이 남자를 만났다. '악플'(욕설이 담긴 답글)을 남기는 네티즌들에게 뜨끔한 충고(?) 동영상을 만들어 화제를 뿌리고 있는 주인공 김형태(26)씨. 그는 별칭 '백반형님'으로 불린다.

짧은 머리에 검은색 양복, 여기에 험악한 인상까지 더해져 마치 조폭을 연상케 하는 김씨의 동영상이 요즘 화제다. 내용의 절반이 욕설이고 나머지가 반말이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익명이 보장된 인터넷이지만 에티켓을 지키라는 것이다.

"인터넷이 익명성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책임감 없는 말과 행동을 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장난 반 식으로 시작한건데..."

김씨는 어느날 자신이 가입한 카페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글을 보고 동영상을 만들게 됐다. 자신이 '백반형님'으로 불리는 것에 "좋은 이름도 많은데 왜 하필 '백반형님'이냐고요..."라며 덩치에 안맞게(?) 항변했다.

그가 '백반 형님'으로 불리는 데는 동영상에서 '백반'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다른 뜻은 없어요. 평상시 쓰는 말인데, 그냥 밥 한번 먹자는 거죠"

인기가 오르면서 '인생 뭐 있어' '백반 한 끼' 어록까지 등장했다. 그는 유명세에 대해 "그저 좋고 고맙기만 하다"고 하면서도 "어떤 이슈나 상업적인 걸 바라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한다.

김씨의 유명세는 팬카페로 이어졌다. 지난 17일 오픈한 '백반형님과 함께'(cafe.daum.net/ricebrother)는 회원수가 6만명을 돌파했다. 스포츠지에도 소개되면서 알아보는 이도 많아졌다. TV와 영화출연 요청도 들어오고있다. 하지만 동영상으로 인해 소문도 생겼다. 대표적으로 '전직 조폭'이라는 소문에 대해 그는 "(어깨들을) 아는 정도일뿐 조폭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김씨의 동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욕설은 많지만 웃기며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제가 록음악을 좋아한다고 CD도 보내주시고 담배 끊으라고 사탕, 과자등도 보내줘요. 또 해외에서도 전화가 와서 잘 봤다고 할 땐 괜히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라며 머쓱해 했다.

김씨의 동영상이 유명세를 타는 비결은 간단하다. 단순.과격하나 교훈적인 내용에 재밌다는 점이다. 김씨는 1,2탄의 유명세를 타고 5탄 '야무진 정치'편까지 만들었다. 후속타들도 준비한 상태다. 그는 연예인 비판이나 연인들의 性풍속, 사회 비판 등을 다룰 예정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처음엔 온라인에서 에티켓을 지적하던 내용도 조금씩 정치.사회문제로까지 넓어졌다. 이에 그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제작할 뿐"이라 말한다. "멋진 말을 하면 사람들이 놀래요. 이렇게 생긴 사람(싸이+개그맨 김현철의 업그레이드)은 전부 무식해야 하나요"라면 반문한다.가려운 부분을 긁듯 쏟아내는 말은 평소 시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5탄 '야무진 정치'편을 공개하고 곤욕도 치렀다고 한다. "모 단체에서 항의가 왔었죠. 정치를 아느냐. 독도문제를 아느냐. 가만 안두겠다 등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연예인도 아니고 또 내 동영상으로 뭔가를 얻을 생각도 없고요. 누가 뭐라든 하고 싶은 말을 할 겁니다"고 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초심을 강조했다. "인기가 있다고 하지만 한 때 입니다."라며 자신은 단지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라 한다. 동영상에 욕설이 너무 많지 않냐는 지적에는 "김구라. 황봉알 같은 분 보세요. 더 심해요. 그에 비하면 난 양호한 편"이라 말하면서도 청소년이나 미성년자들이 따라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한다고.

"카페에 일본말을 쓰지 말라고 한 적 있어여.일본말 쓰면 와루바시(젓가락)로 찌른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했는데 "왜 일본말 쓰냐"며 댓글이 올라오더군요."미성년자나 어린 청소년들은 제 말에 의도를 몰라요. 욕과 행동만 보죠. 그 점을 우려하죠" 그는 자신의 동영상이 청소년등에게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성인 인증을 하는 홈페이지를 만들 것이라면서 "내 동영상은 성인들만 봐 주길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를 흉내낸 유사 동영상에 대해선 "대통령이 비행기 탄다고 동네 이장까지도 같이탑니까? 그냥 손만 흔들어야죠." 라는 비유를 들며 원조임을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술과 담배를 무척 즐긴다는 그에게 새해도 됐으니 좀 줄이라고하자 대답이 걸작이다.

"인생 뭐 있습니까. 알콜 이죠. 커~트(cut)!"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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