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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재미있다, 인생이 아름답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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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15면

방정식과 미적분에 갖은 기호와 수열이 난무하는 수학의 세계는 학창 시절에 이미 안녕을 고한 지 어언 몇몇 해. 여하튼 오래되어 이제는 가장 기초적인 인수분해조차도 불가능한 사람들에게 수학은 말 그대로 또 다른 세계일 뿐이다. ‘넘버스’가 선입견처럼 등에 지고 있던 장애가 바로 이것이다. 어린 나이에 쟁쟁한 수학자이자 교수가 된 동생이 FBI 형을 도와 현란한 방정식으로 범죄를 해결한다. 누가 생각해도 뻔하다. 이거, 액션·총알은 없고 ‘엄한’ 기호만 넘실대는 거 아냐?

문은실의 미드열전 <6> 넘버스

하지만 수학의 세계는 그렇게 막막하지만은 않다. ‘넘버스’의 오프닝 크레디트에 나오는 독백처럼 “날씨를 예측하고 시간을 알아보고 돈을 다루기 위해 우리는 매일 수학을 사용”하고 있다. ‘넘버스’가 막강한 대중성을 띠게 된 명백한 이유는 일상적인 과학임에도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던 수학의 세계를 정말 일상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 쓰는 수학 이야기’류의 대중 수학책의 영상 버전이라고나 할까.

실제로 수학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해 펼치는 ‘넘버스’의 수학 이야기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고 설득력이 있었는지 미국의 일선 중·고교에서 이 드라마를 부교재로 사용할 정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넘버스’의 수학적 정확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실례하는 셈이다.

또한 ‘넘버스’에는 미드 최고의 ‘살인 미소’라 할 수 있는 돈 엡스가 있다. 가끔 가다 날려주는 돈 엡스의 미소는 남녀를 불문하고 애간장을 뒤흔드는 환상적인 무엇이 있다. 게다가 그 남자의 미소에는 아버지와 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녹아 있어 미드를 통해 행복을 맛보려는 우리네에게 포근한 공감대를 조성해준다. ‘넘버스’의 그 남자, 돈 엡스의 미소가 소중한 이유는 가족과 함께 비로소 아름다운 행복을 맞이했다는 안도감 때문일 게다. 온 가족이 모여 볼 때 서로 얼굴 붉힐 장면 하나 나오지 않는 미드가 의외로 드물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족용 드라마로 강력 추천할 만하다. 전문번역가

■넘버스 = 미국 최대 방송사인 CBS의 쟁쟁한 수사물 틈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완성도와 재미를 보장하고 있는 은근 완전 소중 드라마다. 미국 현지에서는 9월 28일 네 번째 시즌의 첫 에피소드 방영을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케이블 채널 AXN에서 ‘시즌 3’를 내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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