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MPANY] ‘한국형 구글’ 과연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페나 놀이터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는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이원진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구글은 올 들어 ‘한국 시장 공략’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홈페이지 화면도 한국 네티즌 입맛에 맞게 바꿨다. 구글 어스와 유튜브 등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구글코리아가 MSN과 야후코리아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고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9월 1일은 국내 인터넷 업계가 포털 시대로 접어든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1997년 야후코리아의 출범이 시발점이다. 당시 한국에 닷컴 열풍을 몰고 온 야후코리아의 위세는 대단했다. 2000년 초 다음과 네이버가 새롬기술과 3자 대통합을 시도했던 이유도 야후코리아의 아성을 깨려는 뜻에서였다.

포브스코리아 e메일, 검색, 인터넷 전화란 세 가지 무기로 야후코리아를 무너뜨리려던 시도는 무산됐지만 야후코리아의 권세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야후코리아는 미국 본사의 중앙 집권적 운영 등에 발목이 잡혀 커뮤니티 · 검색 등으로 지평이 넓어지는 한국 인터넷 시장의 변화를 제때 따라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다음은 무료 e메일 서비스를 바탕으로 카페 등 사업 영역을 넓히며 야후코리아를 추월했다. 2001년의 일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해외 진출 등으로 다음의 전성 시대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다음은 특히 네티즌의 호평 속에 탄탄한 수익 모델로도 자리 잡은 검색 서비스의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해 2005년 네이버에 정상 자리를 빼앗겼다.

야후코리아→다음→네이버로 국내 인터넷 업계의 1위 자리 주인공이 바뀌는 사이 ‘인터넷 권불삼년(權不三年)’이란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고작 3년 안팎으로 인터넷 업계의 대표 주자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네이버가 1위 자리에 오른 지 3년이 되는 해다. 이런 가운데 올 하반기 국내 인터넷 업계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구글의 한국 공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 등의 견제에도 네이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구글코리아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사실 구글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없었다. 지난해까지 세계 웹 검색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했다는 구글의 국내 점유율은 1% 안팎에 불과했다.

2000년 9월에 국내에서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 시장에 맞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구글코리아의 이원진 대표는 “지금까지는 한국 시장을 배우는 시기”였다며 “올해가 한국에서 뭔가 시도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측은 올 들어 공식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을 비롯한 구글의 최고 경영진도 잇따라 한국에 들러 ‘한국형 구글’이란 청사진을 내놓았다. 올 가을에도 구글 경영진의 방한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 이제 갓 태어난 회사인데 사람들의 기대치는 미국 구글 수준이라 부담스럽다”면서도 “MSN과 야후코리아의 실패 사례를 충분히 살펴봤다”고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22층에 둥지를 튼 이 대표는 현재 90여 명 수준인 인력도 크게 늘릴 욕심이다.

카페나 놀이터를 떠올릴 정도로 자유분방하게 꾸민 구글코리아의 사무실 곳곳에는 빈 자리가 많다. 이 대표는 “빈 자리 모두 채우면 지금보다 인력이 세 배 정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구글 측이 말하는 ‘한국형 구글’의 실체는 뭘까? 구글코리아는 지난 5월에 한국에 특화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구글코리아는 지메일, 캘린더, 노트, 데스크톱 등 주요 서비스를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이미지 아이콘을 첫 화면에 배치했다. 구글이 158개 도메인에서 10년 동안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한 번도 특정 지역에서 첫 화면을 바꾼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 대표는 “네이버 등과 비슷하게 화면을 꾸미지 않겠느냐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지만 누구를 따라가지는 않겠다”며 “구글의 간결함에 더해 네티즌이 원하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뭔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뒤처진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로는 역부족이니 새로운 판과 새로운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구글이 원하는 핵심 기술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수 · 합병(M&A)은 언제나 고려 대상이지만 M&A가 한국에서 벌일 사업의 메인 전략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이 하반기에 선보일 서비스로 구글 어스, 유튜브, 번역 등을 꼽고 있다. 예컨대 구글코리아는 유튜브의 한국어 버전 서비스를 올해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구글코리아가 직접 동영상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유튜브의 동영상 사용자 손수제작물 콘텐트(UCC) 일부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더불어 국내 동영상 UCC 업체들이 보유한 콘텐트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구글 측은 엠엔캐스트, 엠군 등과 콘텐트 분야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구글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이 지금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네이버를 추월하지 못하더라도 점유율 2, 3위 수준까지는 성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MS)도 긴장하게 만든 구글의 위세가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SK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구글은 중국에서 MS와 결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중국 진출의 전초 기지 정도로 여길 뿐”이라며 “구글이 진짜 노리는 국내 광고시장의 규모도 사실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코리아의 성공 여부는 미국 본사의 의지에 달려 있다”면서 “파격적으로 투자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커지겠지만 구글이 한국을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월 4일(현지 시간) ‘한국인들 검색엔진을 연결하다’란 기사에서 구글이 한국어 데이터 부족 등으로 유독 한국에선 맥을 못 추고 있는 현상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사용자들은 네이버를 한다(They ‘Naver’ it)”며 네이버와 다음 등 한국형 포털 사이트의 경쟁력을 집중 조명했다. 구글코리아가 MSN과 야후코리아의 실패 전철을 밟지 않고 이런 아성을 넘어 한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글 남승률 기자 / 사진 김현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