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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의패션@TV] 여성 아나운서 천편일률 패션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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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앵커는 많은 여성의 꿈이다. 단정한 단발머리에 말끔한 스커트 정장을 입고 정확한 단어를 구사하며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지성과 미모’의 겸비를 보여준다. 개그맨 유재석을 비롯한 숱한 남성이 아나운서를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것도 여성 앵커의 정형화된 스타일에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뉴스를 진행하는 여자 앵커가 마치 유니폼처럼 입는 스커트 정장이 촌스럽다거나,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미스 프랑스 출신의 여성 앵커 멜리사 도리오가 뉴스에서도 파격적인 민소매 상의나 깊게 파인 V넥 셔츠를 입고 나오는 모습은 우리나라 정서와, 혹은 뉴스 진행이라는 조건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나운서들의 활동 폭이 넓어졌다. 딱딱한 뉴스 데스크에서 벗어나 말랑말랑한 오락 프로그램을 ‘접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옷차림도 달라졌다. 파스텔 컬러의 여성스러운 재킷을 벗고 민소매의 원피스를 입거나 시폰 블라우스를 입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의 옷차림은 여전히 천편일률적이다.

  ‘상상플러스’의 최송현 아나운서(사진)나 ‘옛날 TV’의 김주희 아나운서, ‘스타 골든벨’의 박지윤 아나운서를 떠올려보자. 그녀들은 항상 로맨틱한 블라우스와 약혼식에 적합할 올린 머리를 하고 있다. 물론 예쁘지만 이것이 뉴스 진행에서 입던 여성스러운 재킷과 단발머리를 대치하는 공식이 돼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들은 얼마든지 ‘정숙한 여성스러움’이라는 아나운서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멋스러운 화이트셔츠에 진주 목걸이를 걸칠 수도 있고, 로맨틱한 러플 블라우스에 모던한 블랙 재킷을 입을 수도 있다. 레드나 와인과 같은 컬러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프리랜서 최은경처럼 짧은 쇼트머리에 미니멀한 블랙 원피스를 입는 모던한 스타일도 권할 만하다.

 아나운서의 활동 영역이 바뀐 만큼 뉴스 진행 때처럼 획일화된 정장 차림이 아나운서 패션의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로맨틱한 블라우스 차림으로, 때로는 화사한 화이트셔츠 차림으로, 또 가끔은 섹시한 저지 원피스 차림으로,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변할 줄 아는 여성이라면 지성과 미모에 스타일까지 갖추게 되지 않을까.

오세정 패션 칼럼니스트(명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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