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선수끼리 침 뱉고 주심에 손가락 욕설…프로축구 ‘추태 백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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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현대와 우라와 레즈(일본)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이 열린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경기가 끝날 무렵 전북의 김재영이 주심에게 다가가 판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전북의 0-2 패배로 마무리되는 시점이었지만 지나친 항의에 주심은 레드카드를 꺼냈다. 그러자 김재영은 주심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욕설을 퍼부었다.

 전북 입장에서 보면 이날 억울한 장면이 많았다. 전반 3분 첫 실점은 오프사이드로 보였다. 전반 22분 정경호가 속임 동작을 했다며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순간 전북은 추격할 힘을 잃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심판에게 노골적으로 욕하는 게 용인될 수는 없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 방송됐고, 김재영은 물론 전북 구단까지 추가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22일 K-리그 경기에서는 임중용(인천)과 에두(수원)가 서로 얼굴에 침을 뱉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주심이 에두에게는 경고만 주고 임중용을 퇴장시키자 인천 구단은 에두가 침뱉는 장면을 전광판으로 반복 상영했다. 흥분한 인천 팬들이 심판에게 물병과 이물질을 던지는 등 경기장은 난장판이 됐다. 상대에게 침을 뱉은 선수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리플레이 금지 규정을 어긴 구단도 크게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인천 전재호는 전반 28분 퇴장당하면서 TV 중계 카메라를 손으로 친 뒤 카메라에 대고 “씨×”이라고 욕을 했다. 시청자와 축구팬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었다.

 프로축구는 팀간 경쟁인 동시에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파는 ‘상품’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최소한의 ‘동업자 정신’과 ‘서비스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축구팬을 무서워해야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또한 심판의 오심과 보상 판정에도 똑같은 잣대로 벌을 내려야 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심판의 애매한 판정 때문에 터진다. 많은 구단이 ‘우리만 불이익을 당한다’는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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