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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환자 '헌팅' 해외 알선업체 성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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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희귀병인 두개골 골간단형성부정증(CMD)을 앓고 있는 김민섭(5)군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대학 병원에서 일주일간 진료를 받고 왔다. 이 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뼈가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세계적인 희귀병이다.

金군의 부모는 한국에서 사례가 없다 보니 너무 답답해 미국행을 택했다. 비슷한 환자를 진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에게서 상태와 향후 대처 요령 등을 자세히 듣고 귀국했다. 비용은 모두 5백만~6백만원 정도. 金군처럼 외국행 진료에 나서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 진료를 알선하는 대행업체들도 속속 늘고 있다.

◆누가 나가나=주로 암이나 희귀.난치병 환자들이 해외로 나간다. 한국에서 치료법을 찾지 못한 사람도 있지만 "선진국의 의술이 우리보다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뿐 아니라 사고로 시력이나 청력을 잃은 경우도 나간다. 대상 국가도 중국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서울에 사는 崔모씨의 경우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중국 모 병원에서 진료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외국에서 암이나 심장병 진단 등의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또 국내 병원의 진료 기록을 외국으로 보내 한국의 치료 방법이 맞는지, 다른 방법이 없는지 등을 문의하는 2차 진료 소견서 서비스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천명의 환자가 해외로 나가 수천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로 미국 MD앤더슨.존스홉킨스.슬로앤 캐터링 등 미국의 유명 병원을 많이 찾는다.

◆늘어나는 대행업체=현재 국내에서 20여곳이 영업하고 있다. 캔서에이드.아이리치코리아.코어메드 등이 비교적 활발하게 활동하는 편이다. 이들은 해외 진료뿐 아니라 항공권 예약이나 보호자 숙소 안내, 통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어메드의 한 관계자는 "종전에는 부유층이 많이 갔지만 요즘에는 중산층도 나간다"고 말했다.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보험상품과 연계해 해외진료를 알선하기도 한다. 은행의 VIP고객과 연계한 경우도 있다. 비용은 건강진단의 경우 7백만원 내외, 질병문의 서비스는 3백만~4백만원, 해외 진료는 암의 경우 2천만~1억원가량이 든다고 한다. 항공료나 숙박비는 별도다.

◆문제는 없나=의료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의술의 수준이 그리 떨어지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원정진료의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다고 충고한다. 또 '3시간 대기-3분 진료'를 강요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손보거나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MD앤더슨 출신의 국립암센터 이진수 병원장은 "위암과 같은 '한국형 암'은 한국이 진료 경험이 많기 때문에 우리 의술이 더 낫다"면서 "잔뜩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하현옥.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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