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1-현장94" 무관심판치는 사회현실 풍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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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넌 주위사람들이 죽어갈 때도 무관심했어.그래서 여기 지옥에와 있는 거야.이제 인간에게 천당은 없어.지옥만 있을 뿐이지.
』 극단 연남동93의 창단공연『심층취재1-현장94』는 무관심이판치는 사회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무대는 어느 방송국.제작국 사원 노동한은 연속되는 악몽에 시달린다.저승사자가 꿈속에 나타나 인간의 추악한 본질을 들춰내며자신의 비겁과 나약함을 질책한다.
염라사자들은 노동한의 악마성을 부추기며 그에게 살인유희를 제안하고 현실과 환상을 수시로 넘나들며「살인의 재미」를 알려준다.결국 노동한은 자신을 무시하던 PD를 살해한 뒤 미쳐버린채 정신병원에 수용된다.그곳에서 그는 최근 세상을 떠 들썩하게 하는 연쇄살인사건의 범인들과 만난다.그들은 정신병자며 동시에 그의 꿈속에 등장했던 저승사자들이기도 하다.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던 노동한이 결국 자신이 범인임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전개되는 극의 추리구조는 끝없이 순환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하며 웬만한 소설 뺨치는 재미를 가져다준다. 작.연출.배우 1인3역을 맡은 변영국씨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려낸 방송현실은 무관심 일색인 현실사회만큼이나 뒤틀린모습으로 비쳐진다.거친 언어와 거침없는 표현은 젊은 극단의 패기와 의욕을 만끽하게 해준다.성준현.이진숙.강선숙 등 출연.30일까지 세미예술극장.(741)6069.
〈李正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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