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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업 대한투자 왜 계속 망설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고비용 구조로 메리트가 없다”/유망투자국 10위에도 못끼여/니가타등 지방중소기업 대상 꾸준히 설득해야
일본 금형제작업체 이황제작소의 하야시 오사아키(임장소) 사장은 한국에 진출하려고 지금까지 몇번이나 한국을 다녀갔지만 아직도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일본 기업인들 가운데 한명이다.
그가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에서도 이미 고비용구조가 자리잡은 것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20∼30년 앞을 내다보면 당장은 조금 불안하더라도 역시 중국이 메리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기계설계 및 생산업체인 강성제작소의 오카기 마사타미(강성아민)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한국에서 금형을 사오거나 만들려고 해도 일본과 값이 비슷하다. 인건비나 원자재값이 분명 일본보다 쌀텐데도 최종 가격이 비싼 것은 기업하는데 어딘가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한일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지난달 말 민관 합동으로 동경·오사카·북규슈를 차례로 방문했던 1백여명의 우리 대표단은 가는 곳마다 대부분 이같은 일본 기업인들의 반응을 들어야 했다.
「엔고로 원가절감에 비상이 걸린 일본기업들은 대한 투자진출과 기술이전을 활발히 추진할 것이다」고 생각하기 쉬운 장미빛 전망과는 전혀 동떨어진 현실이다.
과연 일본기업들의 의중은 어떨까. 한마디로 아직은 한국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꺼림칙하다는 것이다.
우선 일본의 해외투자규모 자체가 90년이후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 투자를 해도 한국보다는 중국을 선호하고 있다. 일본의 대한투자는 91년 2억6천만달러에서 92년 2억2천5백만달러로 줄어들었다.
반면 대중투자는 91년 5억7천9백만달러에서 92년 10억7천만달러로 1년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또 최근 일본수출입은행의 조사에서 일본기업들은 투자가 유망한 10대 가운데 중국을 단연 1위로 꼽았다. 한국은 10위안에 끼지도 못했다.
「대일투자유치단」이라는 이름으로 지난달 말 일본 기업인들과 상담을 벌였던 한국기업인들도 『단기적 계약 실적보다는 일본의 현실과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들을 할 정도다.
『일본기업들을 단숨에 움직이려 하면 곤란하다.
줄 것과 받을 것을 정확히 제시하면서 투자분위기를 잡아야 한다.』(보양엔지니어링 변문환대표)
『우리를 경쟁자로 보는 일본기업들을 설득해 손을 잡으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진주정공 김수찬대리)
『서로 돕자는데는 일본기업도 긍정적이었으나 실제 투자를 끌어들이려면 그들 스스로 메리트를 찾도록 꾸준히 투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동광센서 김영규대표)
현재로서는 꾸준히 기술협력과 합작투자를 추진해야 한다는 원칙론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형편이라는 것이 공통된 방일 소감인 것이다.
그런만큼 대일 투자유치활동은 일본의 대기업들보다 지방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훨씬 정교하고 세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미쿠니 RK정밀의 다지마 다카오(전도숭남) 전무는 투자유치단과 동행한 기자에게 『새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적극 접촉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동경·오사카 등의 대도시보다는 니가타 등 일본동해안의 중규모 도시에 투자유치단을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동경=남윤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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