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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위 새 아파트 따라 ‘교육특구’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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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육특구가 이동하고 있다. 중산층이 교육시장의 핵으로 등장하면서 그들이 몰리는 대단위 아파트 지구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요즘 교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학원들이 몰려든다. 3~4년 전부터 전국에 15곳의 신흥 특구가 생겼다. 전통적인 교육 1번지는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자존심을 지키는 데가 20곳이나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특구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데도 있다. 교육특구는 명문대나 외고 진학률이 높고 집값이 비싸다. 인구가 늘어난 곳도 많다. 신·구 교육특구 35곳을 취재했다.

서울·인천경기
분당이어 용인 수지 급부상

“강남에 대치동이 있다면 강북엔 ‘소치동’이 있어요.”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사는 백나실(44·여·대학교 교직원)씨는 다른 학부모들과 모이면 이런 말을 한다. 대치동 못지않게 중계동의 교육 여건이 좋다는 말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백씨의 아이는 중계동 은행사거리에 있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
전국에서 학원이 가장 많은 데는 대치동이다. 한 개 동만 따지면 경남 김해시 내외동이 1등(162개)이지만 대치 1~4동을 더하면 387개에 달한다. 중계 1~6동은 200개 가까이 된다.

서울의 또 다른 ‘교육특구’인 양천구 목동에는 277개의 학원이 몰려 있다. 강남구 다음으로 많다.

이들 3개 특구는 외고와 서울대 진학률에서 월등히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서울지역 외고 입학생 중 3개 특구 출신은 29.4%였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수를 보면 대치동에 있는 휘문고(16명)나 단대부고(13명)가 상위권에 랭크됐다. 중계동이나 목동 특구의 성적표도 좋다.

수도권 신도시에도 교육특구가 생긴 지 오래다. 남쪽으로는 분당구 수내동·정자동, 안양시 동안구 신촌동·귀인동 일대, 서북쪽으로는 일산신도시 후곡마을이 있다.

최근에는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 2동·상현동·성복동이 신흥 특구로 떠올랐다. 풍덕천 2동(수지2 택지개발지구) 용인시 여성회관과 삼성아파트 인근에 64개의 학원이 몰려 있고, 상현동은 솔개초등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학원이 많다.

풍덕천 2동에는 올해 서울대에 10명을 보낸 수지고가 있다. 인근 풍덕천고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수지는 비평준화 지역이라 원하는 학교에 가려면 연합고사 성적과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한다. 외고는 용인 외대부속외고와 의왕시 명지외고에 많이 간다. 외대부속외고는 용인 거주 학생들에게 정원의 30%인 105명을 할당한다.

명지외고는 서울 학생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올해 용인시에서 14명이 명지외고에 들어간 반면 서울 출신 학생은 101명 입학했다. 일부 용인 학생은 기숙사가 있는 광명시 진성고나 자율학교인 양평군 양서고에 가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 3동도 4~5년 전부터 신흥 교육특구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인근 세이브존 아웃렛 인근 주택가에 학원이 밀집해 있다. 상 3동에는 모두 60여 개의 학원이 있다.

부천에는 특목고가 없기 때문에 서울 목동의 명덕외고나 안양외고를 많이 간다. 두 학교가 부천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과학고는 의정부 과학고를 주로 간다. 일반 고교는 중동신도시에 있는 계남고와 신도시 근처에 있는 부천고와 부천여고로 많이 간다.

기숙사가 있는 안산 동산고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 중의 하나다. 경기도 고교 중에서 올해 서울대 진학률이 경기과고 다음으로 높다.

경기 안산페르마학원 한석희 원장은 “안산도 인기지역으로 떠오르기는 하지만 자녀가 고등학교 갈 때쯤 되면 분당이나 용인 수지 쪽으로 이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천에서는 연수구 동춘동이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새 교육특구로 각광받고 있다. 송도 국제도시가 생기면서 동춘동의 인기가 계속 치솟고 있다. 동춘동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연수고는 올해 서울대에 9명이 들어갔다. 특목고인 인천과학고(14명)를 제외하면 인천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가장 많이 내고 있다.

부산·경남
김해 내외동, 학원 162개… 전국 최상위권

전통적으로 경남에서는 마산고와 진주고가 명문고로 명성을 떨쳐왔지만 1980년대 초반 평준화로 인해 쇠락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창원 상남동이 교육특구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김해 내외동이 새로운 교육 1번지로 부상했다.
통계청 자료(2006년)에 따르면 김해 내외동에는 162개의 학원이 들어서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단일 동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학원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민 황금호(43·르노삼성자동차지점장)씨는 “내외동의 1만 가구 아파트와 구도심, 삼계동 등 김해시의 도시지역 학생들이 내외동 중심상업지구로 몰리면서 유명학원들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부산·창원으로 통하는 길이 내외동과 연결돼 있는 점도 장점이다. 내외동의 경원중과 김해고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다.

창원 상남동 일대도 전통적인 교육특구로 각광받고 있다. 수강생이 1000명이 넘는 학원들이 즐비하다. 학부모 신수자(45·여)씨는 “90년대 후반 토월 성원아파트와 대동아파트가 들어서면서 1만 가구 이상이 입주했고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웅남중, 창원남고, 중앙여고 등이 신흥 명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해운대구와 금정구가 교육특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해운대구의 벡스코, 장산역 신시가지 일대의 교육 열기가 특히 뜨겁다. 장산역 인근은 주상복합 건물이 많이 생기고 있다.

금정구는 구서역 인근의 롯데캐슬아파트 주변이 교육특구로 자리잡았다. 이 외에도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교대 인근 지역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대구·울산
대구 월성동, 범어동 아성에 도전

대구는 수성구가 전통적인 교육특구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달서구 월성동·상인동 일대가 3년 전부터 새로운 교육중심지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월성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다.

월성동 주변 상인·대곡·송현동 일대에는 현재 10만7000여 가구, 40만여 명이 살고 있다. 대구 남부교육청 김상도 장학사는 “월성동 일대에는 공무원·은행원, 중소기업 사장 등 중산층이 몰려 있어 자녀교육에 관심이 매우 높고,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집값도 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상인동 롯데백화점 주변에는 국어·영어·수학 등 단과학원과 종합반, 논술학원 등이 몰려 사교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여건 덕분에 이 지역의 대건고·영남고·상인고의 서울대 진학 실적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대구의 교육 1번지로 수성구 범어동 일대가 확고한 자리를 잡고 있다. 경신고는 올해 20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켜 전국 11위를 차지했다. 월성동 대건고(9명)의 두 배가 넘는다.

울산은 남구 옥동·신정동 일대가 전통적인 교육특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울산지법과 울산지검이 있고 고학력 중산층이 많이 산다. 울산대공원이 인근에 있다. 신정중, 옥동중, 학성고 등이 유명하다.

학성고는 올해 서울대에 7명이 진학했다. 옥동 일대에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129개의 학원이 몰려 있다. 6개 자사고의 하나인 현대청운고(울산 동구)에 옥동 지역 학생들이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호남·제주
광주 일곡동, 전주 효자동 ‘호남 투톱’

광주광역시의 교육 1번지로는 북구 일곡동이 꼽힌다. 1990년대부터 대단위 택지개발이 이뤄지면서 인근 숭일고·사레지오고 등이 지역 명문으로 자리잡았다. 두 학교는 올해 서울대에 각각 7명, 6명을 합격시켰다. 서울대 합격자 수로 볼 때 광주 1, 2위에 해당한다.

최근엔 남구 봉선동이 뜨고 있다. 1만여 가구가 들어선 봉선동은 100여 곳의 학원이 성업 중이다. 그래서 학원 1번지로 통한다. 광주에는 외국어고가 없기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수도권이나 부산 영재고, 전주 상산고 등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봉선중은 지난해에 부산 영재고에 2명을 보냈다.

전남에선 목포의 교육열이 뜨겁다. 목포의 구시가지인 용해동은 아파트보다 주택이 많다. 목포고·목포여고 등 전통 명문이 이곳에 있다. 상동의 경우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주변의 영흥고, 제일·하당중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인 광양제철고(서울대 7명 합격)는 파격적인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우수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학교의 농어촌 학생 전형을 겨냥해 광주나 목포에서 시골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다.

전북 전주는 완산구 효자동이 교육의 중심이다. 효자동엔 자립형 사립고인 전주 상산고가 있으며, 학원이 129개 몰려 있다. 상산고는 올해 서울대에 17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는데, 호남권 전체에서 1위의 성적이다.

전북 익산은 시장이 공개적으로 ‘대한민국 교육 1번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시 차원에서 교육개혁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남성고·남성여고가 있는 영등1동도 교육 중심지로 꼽힌다.

한편 제주는 대단위 아파트촌이 들어서 있는 일도2동이나 노형동을 중심으로 교육타운이 형성돼 있다. 대기고와 신성여고의 인기가 높다.

대전·충북
‘대전 8학군’은 둔산동·노은동

대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동네로는 서구 둔산동과 유성구 노은동이 꼽힌다. 대전의 교육 밸리는 집값이 비싼 지역과 일치한다. 그래서 둔산동과 노은동을 ‘대전 8학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둔산동은 1992년부터 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옛 도심에 있던 고교들이 많이 이주해 왔다. 그중에서도 충남고와 둔산여고의 선호도가 높다. 충남고는 올해 서울대에 8명을 합격시켰다.

둔산이 교육 1번지가 된 것은 대형 입시학원이 몰려든 것도 작용했다. 이 지역에선 학원끼리의 경쟁이 치열하다. 빌딩을 소유한 입시학원 10여 곳은 대형 버스를 운영하면서 동구·중구 등의 학생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행정복합도시 근처의 유성구 노은지구에도 최근 둔산동 못지 않은 학원가가 형성되고 있다. 이곳의 대표적인 고교인 유성고와 인근 대덕특구의 대덕고는 학부모의 30% 정도가 대덕단지 연구원이거나 의사·변호사 등이다. 올해 서울대 입시에선 두 학교가 나란히 9명씩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역시 9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낸 대전외국어고는 둔산동과 가까운 서구 내동에 있다.

대전외고 재학생의 절반 정도가 둔산동·노은동에 주소지를 두고 있다.

한편 충북 청주는 흥덕구 가경동과 상당구 용암동이 쌍벽을 이룬다. 두 곳 모두 청주의 신흥 주거단지에 있다. 특히 흥덕구에는 세광고·청주고·서원고 등 지역을 대표하는 고교가 밀집해 있다. 올해 세광고에서는 서울대에 16명 합격했다. 청주고와 서원고도 5명씩 서울대에 보냈다.

비평준화 충남·강원·경북
전통 명문고 명성 여전히 살아있어

충남·강원·경북은 비평준화 지역이다. 공주사대부고·춘천고·포항고 등은 여전히 명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이 지역 학생들도 명문고에 만족하지 않고 수도권 특목고나 자사고 등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끊임없이 지역에 특목고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한다. 기존 명문고에 특목고가 가세하면서 학생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3년 전부터 신개발지인 춘천 석사동이 학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 중심에는 춘천고, 춘천여고가 있다. 게다가 석사동은 강원도에서는 드물게 중대형 아파트가 몰려 있고 첨단 스포츠·문화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특목고 전문학원이나 유명 입시학원, 논술학원이 퇴계동 등 기존 밀집지에서 석사동으로 이동했다. 교육이나 생활 여건이 좋아지자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이 몰린다. 원주에서도 이사할 정도다.
중학교는 대룡중, 인근 퇴계동의 남춘천중·남춘천여중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퇴계동에 사는 한윤실(45·여·학원 원장)씨는 “10년 전에 후평동에서 퇴계동으로 학원을 옮겼다가 3년 전 석사동에 중대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석사동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에서는 대이동이 신흥 교육 특구로 불린다. 신시가지가 들어서면서 유명 학원들이 대거 입주했다. 북구 두호동 일대는 전통적인 교육 특구다. 대이동이나 두호동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포항고·포항여고에 많이 간다. 포스코가 설립한 포항제철고도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충남은 접근성이 좋아 전국에서 우수 학생들이 몰린다. 전통 명문인 공주사대부고나 자율학교인 공주 한일고, 한화그룹이 설립한 천안 북일고가 인기를 모은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천안 쌍용동은 신흥 교육 특구로 부상했다. 쌍용동 용암마을에는 유명 학원들이 밀집해 있는데 수도권과 가까워 서울의 유명 강사들이 강의를 맡는 데가 많다. 학원비가 대전보다 비싼 편이다.

중앙일보·중앙선데이 합동취재팀
서울·경기 = 신성식·강인석·이원진 기자, 김주민 인턴기자
지방 = 이찬호·이기원·홍권삼·천창환·신진호 기자.

특목고·명문대 입학률 높은 전국 35곳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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