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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뷰>MBC.TV 베스트극장 작은도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여고생 정은의 집은 가난하다.오늘도 도시락 반찬은 김치밖에 없다.정은은 배가 아프다며 반찬통을 열지 않고 혼자 교정으로 나가 버린다.그리고 혼자 숨어서 운다.하교길엔 체육 교생이 말을 걸어왔다.왜 혼자 가느냐는 물음에 정은은 『기 사가 오기로해놓고 안왔다』고 거짓말 한다.
정은에겐 한가지 버릇이 있다.뚜껑을 열면 음악이 나오는 귀중품 보관함(멜로디박스)을 훔치는 것이다.어느날 정은은 멜로디박스를 훔치다 현장에서 들킨다.늘 수석을 차지하는 같은 반의 윤정에게.그러나 윤정의 제안은 뜻밖이다.아무에게도 말 안할테니 자신과 동업하자는 것이다.
그 이후 둘은 손발맞는 동업자가 된다.그러나 윤정이 정은에게주기위해 보석을 훔치고,겁에 질린 이들은 학교에 가지않고 함께도망친다.도피중 정은은 윤정이가 고아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충격을 받는다.체육 교생의 지속적인 관심과 윤정의 애정으로 정은은결국 가난을 극복하는 소녀가 된다.
3일 방영된 MBC-TV 『베스트극장-작은 도둑』의 줄거리인데 인물설정으로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성장드라마다.한가지 특징이 있다면 가난하고 약한 것들을 대하는 시선의 따뜻함이다.정은(심은하)과 윤정을 엮는 우정의 매개는 도둑질이 다.그러나 여기에서는 이 행위에 대한 도덕적 단죄보다는 둘의 관계를 매개하는 행위로만 그려진다.
그러면서도 이 드라마는 어려운 처지에 처한 정은과 윤정에 대한 이해를 얻어내기 위해 반대편에 선 인물을 공격하는 이분법적도식을 쓰지않고 있다.정은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부잣집 딸인 반장(황인정)은 정은에게 뺨을 맞고도 참을 줄 아 는 괜찮은 아이로 그려진다.이같은 인물묘사의 리얼리티는 절제된 대사,빠른 화면 전개와 함께 이 드라마를 성공적인 성장드라마로 만든 공신이다.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마지막 부분의 화해가 작위적이라는 것이다.매일 싸우던 정은의 부모가 화해한뒤 대문에서 정은을맞는 모습은 사족을 넘어 극전체의 분위기를 깨고 있다.어설픈 화해주의는 오히려 화해를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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