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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문화공간(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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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0년대 후반 「히피」라는 젊은이들의 현실도피 그룹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언더그라운더」의 본거지로 유명했다. 「언더그라운더」란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바나 카페같은 곳에 모여 뭔가를 끄적이거나,그림을 그리거나,혹은 시끄러운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소일했던 젊은 지하생활자들을 일컫는다. 이들이 기계문명과 상업주의에 대한 반발로 기성사회로부터의 이탈을 선언하고 자기충족을 추구하는 「히피」족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들이 실현하고자 한 것은 「새로운 미래」였으며,그것은 반소설·반연극·반미술 등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예술로 나타났다. 사회현상이라는 측면에서 이들의 등장이 반드시 긍정적일 수만은 없었지만 적어도 문화적 측면에서 「언더그라운드」 예술의 창조는 젊은이다운 개성과 그들의 지적 야심을 솔직하게 드러낸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실험적이면서도 색다른 감각의 「아메리칸 뉴 시네마」라든가,이제는 이미 보편적 예술이 돼버린 「비디오 아트」 같은 새로운 예술양식이 「언더그라운드」 예술을 근간으로 삼고있다는 점도 그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언더그라운드」 예술의 발아가 비록 당시의 기성세대와 그들 절븐 세대와으 이념적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문화적 토양은 여전히 기성세대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이 기존의 모든 문화예술적 조건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그 무엇을 창조해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라도 오늘날 우리의 청소년들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가장 불행한 세대일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기존의 건전하고 가치있는 문화적 토양을 연결시켜줄 아무런 장치도 마련돼 있지 못할 뿐더러 유해·퇴발문화만이 공용처럼 그 모습을 더욱 확대시켜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사회에서 요란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이른바 X세대도 그런 점에서 우리의 청소년과는 사뭇 비교된다. X세대를 특집으로 다룬 뉴스위크 최근호에서 한 칼럼니스트는 『지난 20년의 어느 세대보다 더 신중하다』며 오늘의 20대를 있게 한 사회적 배경을 간접적으로 강조한다. 일본의 35분의 1,독일의 7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청소년 1인당 전용시설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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