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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글’ 이해 … 동양화 감상의 기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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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허련의 ‘초옥산수도(草屋山水圖), 19세기 중엽, 종이에 수묵담채, 24.8×34.4cm.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호암미술관 테마전 14-그림 속의 글』 전은 전통미술품에 있는 글을 집중 조명하는기획전이다. 한국·중국·일본 등 한자 문화권의 전통회화는 시·서·화가 일치하는 문인사상(文人思想)을 근본으로 하여 그림 속에 나타나는 글, 즉 제발(題跋)을 이해하는 것이 작품 감상의 기본이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소장품 고서화 제발 해설집』을 발간하고 호암미술관 테마전도 ‘문장 해설’ 위주로 기획했다.

 우리나라의 제발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글에서 시작된다. 18세기 이후 문인화가 발달하면서 수준 높은 작품이 많이 남게 됐다. 제발은 내용에 따라 ^그림의 내용이나 형태를 설명하는 것 ^그림의 주제인 옛 일화나 시의 내용을 설명하는 것 ^그림을 보고 느낀 감상을 표현한 것 ^작품에 대한 감상자의 평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보물 2점을 포함, 모두 42점이 나왔다. 보물 지정 후 처음 공개되는 ‘정사신 참여 6종 계회도 8곡병(鄭士信參與六種契會圖八曲屛)’(작자 미상, 1431호)을 비롯, 가을밤의 쓸쓸함과 인생무상을 읊은 구양수의 시를 묘사한 ‘추성부도(秋聲賦圖)’(김홍도, 보물1393호), 당나라의 백거이가 주변 노인 아홉명과 잔치를 벌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십로도권(十老圖卷)’(작자미상)과 ‘십로도상첩(十老圖像帖)’(김홍도) 등이다. 글이 새겨져있는 고려 청자와 조선 청화백자도 출품됐다. 조상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림과 어우러진 글씨의 아름다움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2008년 3월 2일까지, 어른 4000원, 학생 3000원. 02-320-1081.  

조현욱 기자

◆제발=서적·탁본·서화의 앞뒤에 그 유래나 찬사, 감상문, 비평 등을 적은 문장을 말한다. 원래는 앞쪽 것이 ‘제’, 뒤쪽 것이 ‘발’이지만 오늘날에는 ‘발’을 ‘제발’이라고 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앞쪽에는 문장을 쓰지 않고, 2∼3자의 짧은 어구를 적어 ‘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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