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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불운의 스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인간의 신체중 가장 무딘 발로 그려내는 가장 섬세한 예술….
그것이 월드컵 축구다.그러나 공을 다루는데 神技를 자랑하는 「발(足)의 마술사들」도 불운의 덫에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2주일 앞으로 다가온 94미국월드컵도 예외는 아니다.
부상,지역예선 탈락,전쟁등으로 월드컵 무대에 서보지도 못하는복없는 스타들이 숱하다.이들이 한팀을 이룬다면 독일.브라질도 맥없이 떨어져나갈 것이란 평가다.
마르코 반 바스텐과 루드 굴리트.
네덜란드는 그동안 뭉칫돈을 걸어놓고 우승팀 알아맞히기에 열을올리는 도박사들에게 이번만은 할일이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두 폭격기가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우승컵을 넘봐선 안된다는 경고도 곁들였다.그러나 네덜란드는 「어두운 등잔 밑을 눈치채지못했다.지난해 4월 감독과 삿대질 끝에 팀을 이탈했던 굴리트가최근 복귀하는가 싶더니 또다시 출격불가를 선언해버린데다 반 바스텐마저 발목 부상으로 헤매 네덜란드인들이「그날」을 기다리며 삼켰던 군침을 말라들게 하고 있다 .
90이탈리아월드컵에서 스타탄생을 예고했던 영국의 폴 개스코인은 반 바스텐보다 더욱 복없는 케이스.연습경기도중 난폭한 태클에 걸려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데다 영국이 네덜란드와 복병 노르웨이에 덜미가 잡혀 지역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바 람에 응원할팀마저 없이 TV시청으로 소일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이들도 옛유고의 데얀 사비체비치에 비하면 행복한 편.
옛소련 붕괴를 전후해 갈가리 찢긴 유고는 몇년째 내전을 거듭하고 있고,그의 새로운 조국 몬테네그로는 전쟁 치다꺼리에 바빠 월드컵 출전은 커녕 국가대표팀조차 없다.
레네 이기타는 이탈리아대회때 걸핏하면 골지역을 벗어나 필드 플레이에 끼어들곤 했던 콜롬비아의 수문장.그는 결국 「남의 일」에 기웃거리는 버릇 때문에 골문이 아닌 철창문을 들락거렸다.
그는 한 소녀의 유괴사건 해결사로 나서 5만달러( 약4천만원)를 챙겼다가 투옥됐었다.
「토토」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지난 대회 득점왕 살바토레 스킬라치(6골.이탈리아)는 감독과의 불화로 대표팀에서 제외되자 아예 일본 J리그로 옮겨 연일 분풀이 골을 터뜨리며 마지막 축구인생을 불태우고 있다.또 미국행 티켓까지 끊어놓고 꿈에 부풀어있던 한국의 姜 喆은 연습도중 「믿는 동료 安益秀에게 발등이 찍혀」 티켓을 鄭鍾先에게 물려주고 병원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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