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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응접실>환경과공해연구회장 김상종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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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일은 제22회 세계환경의 날이자 6월은 환경의 달이다.매년이때를 맞으면 환경보전캠페인을 벌이고 세미나를 여는등의 행사로관심이 높아지지만 그후에는 정부당국이나 기업주들의 관심이 희미해지게 마련이다.
환경오염을 막는 것은「삶의 질」을 위해서뿐 아니라 GR(그린라운드)의 본격적인 시동을 앞두고 수출등을 위해서도 급한 과제가 됐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교수의 신분으로 정부당국의 눈총을 받으며 끈질기게 環境保全운동을 벌이고 있는 환경 과 공해연구회장 金相鍾교수(43.서울대 미생물학과)를 만나보았다.
그는 91년부터 서울시내 수도관속에 있는 세균을 추적해내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는등 수질오염문제 연구에 끈질긴 집념을 보이고 있다.
-매년 환경의 날만 되면 각종행사가 벌어져 한때 환경오염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나 그때만 지나면 흐지부지 되고 있습니다.특히 각사회단체들은 환경오염에 대해 많은 캠페인을 벌이는 편이지만 정작 政府나 기업주들은 관심이 덜한 느낌입니다.
좀더 지속적인 환경개선 방법이 없을까요.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여러가지 행사를 벌이면서 주의를 환기시켜주고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케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요.그러나 이런 一過性 행사에 앞서 우리나라 오염실태가 어느정도인지아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우리가 병이 들면 병 원에 가서 여러가지 검사를 받아 질병의 상태를 파악하고 처방을 내리지 않습니까.그와 마찬가지로 병의 상태,즉 오염실태가 정확히 파악되어야 합니다.
금년초 洛東江과 榮山江 식수오염사건이 일어나 여론이 물끓듯 하자 당국이 나름대로의 대책을 발표했습니다만 그후 과연 수질이개선되었는지 검증이 안되고 있습니다.오염의 정도와 오염원인을 우선 정확히 파악해야 그에 따른 적절한 대책이 나오리라 봅니다. -수돗물파동때마다 느끼는 일입니다만「양철 냄비」처럼 여론이물끓듯하다가 그때만 지나면 수돗물이 과연 개선되었는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현재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셔도 됩니까.
▲洛東江상수원의 수돗물에서 벤젠.톨루엔이 검출되었을때 당국은『수돗물을 끓여 마시라』고 권장했으나 이런 대책만 가지고는 안됩니다.우리나라 음용수기준에는 이 두가지 성분에 대한 기준이 없어요.보사부가 얼마전 4대강 상수원수지점의 하류 쪽물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4종류의 발암물질이 검출된 일이 있습니다.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기 위해서는 선진외국처럼 좀더 정밀분석을 해봐야 합니다.취수장의 오염이 가장 심한 상태에서 검사해야합니다. -한때는 국내 환경오염자료발표를 政府당국이 극히 꺼리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자료발표를 제대로 하는 편인가요.
▲전보다는 자료발표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질의 경우 대개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위주로자료를 내놓기 때문에 유기물 오염도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예를 들어 총유기탄소량(TOC)이나 富營養化현상(적조현상 )등 다른 항목의 오염도를 고려하면 수질오염도가 좀더 심각할겁니다.八堂이 현재 2등급 수질이지만 BOD외 다른 항목의오염수치를 포함하면 3등급이하가 될것으로 생각됩니다.
덜 오염된것을 기준으로 처방을 내놓으면 안됩니다.심한 독감환자에게 가벼운 처방을 하면 효력이 없듯이 솔직하게 우리의 오염실태를 알고 처방을 내려야겠지요.
-학자로 환경운동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습니까.
▲문민정부가 들어선후에는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관리들이 권위주의의식을 버리지 못한듯 합니다.상부에서는 자료를 공개하라고 하는데 실제로 담당관리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지난 92년 서울 올림픽공원앞 수도관을 톱으로 자르고 오물을씻어내는 소위「수도관세척 갱생공사」를 했을때 관속의 오물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어보았더니 세균이 검출되었습니다.그러나 이 오물을 찍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현장에 서 오물을 입수해 사진을 찍으려 해도 공사를 비밀로 하기 때문에 애로가 많습니다.연간1백50억원을 들여 노후한 관을 씻어내도 3개월이 지나면 또 오물이 끼기때문에 예산만 낭비합니다.서울시는 6천5백억원을 들여 수도관을 스테인리스에서 구리관으로 바꾸겠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활성탄.오존처리등 고도 정수시설을 갖춰 원천적으로 세균이 안자라게 해야 합니다.파리의 센江과 漢江의 수질오염도가 비슷하다고 보는데 서울 수돗물의 유기물함량은 프랑스 또는 미국의 수돗물보다 2~6배 높습니다.
-서울시당국은 수돗물에서 세균이 나왔을리 없다고 부인했고 일부 학자들도 그 사진을 보고 너무 오랜 시간동안 배양했기 때문에 세균덩어리가 자란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한 것으로 아는데요.
▲백보를 양보해 세균이 자라서 덩어리가 되었다고 해도 자라기전에 세균의 존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수돗물에서 세균이 검출되었다는 것만도 문제지요.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서울시당국이 세균검출을 시인했어요.이런 세균의 먹이가 유기물인데 기회성 병원균이 어린이.노약자.환자에게 감염되면 위험합니다. -정부와 학계.언론계가 공동으로 조사를 벌이면 어떻습니까.
▲공사를 비밀로 해서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겁니다.조사시점에서 평소보다 염소소독을 많이 하면 세균이 거의 안 나올 수도있으나 염소소독을 과도하게 하면 트리할로메탄이란 발암물질이 나오므로 문제가 됩니다.
-대기오염문제도 이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보는데 대책이없을까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세계50개도시의 대기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서울이 89년에는 이중 세번째로 나빴고 92년에는 멕시코시티에 이어 두번째로 나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WHO는 아황산가스 농도가 0.15PPM인 날이 年7일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나 서울등 국내대도시의경우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지요.
WHO는 서울에 사는 어린이가 자라나서 만성기관지염에 걸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당국은 대개 아황산가스 위주로만 대기 오염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오염물질들과 함께종합적으로 오염도를 고려해야 할겁니다.환경문제는 삶의 질과 관계가 있으므로 규제기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중국의 환경오염이 심해 우리나라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데요. ▲중국으로부터의 오염물질 이동과 피해상황에 대한 과학적 조사가 있어야 외교적 차원에서 피해배상이나 대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외교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므로 민간환경단체를 앞세워국민의 목소리로 어떤 요구를 하는등 세련된 방법과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스칸디나비아 諸國이 독일에 대해,또 캐나다가 미국에 대해 공해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일본도 한국으로부터의 공해피해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R대비 서둘러야 -그린라운드(GR)가 본격 발동될 시점에 와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요.
▲환경문제를 무역장벽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므로 환경기준과 대책이 허술한 나라에 대해서는 相計관세를 매기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현재 정부부처마다 대책반이 있으나 구성인원이 중복되는 감이 있으며 좀더 종합적.적극적인 전략이 필 요합니다.오염규제기준도 강화되어야 하고 수출에 주력하는 기업은 상계관세에대한 대책을 세우는등의 노력이 없으면 많은 어려움을 겪을겁니다.예를 들어 유럽연합(EC)국가들은 전자제품의 스티로폴 포장을재활용할수 있는 것으로 바꾸라고 요 구하는등 작은 부분에서부터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곧 수출마진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단단히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환경과 공해연구회는 어떤 단체입니까.
▲환경오염은 복합적 인간활동의 결과이므로 이를 연구하려면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각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환경개선을 위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고자 지난 89년 6월 관계전문가들이 발족시켰습니다.그동안 서울시 대기오 염실태 조사평가와 서울시내 대기오염 자동측정망 20군데 현지조사,永宗島신공항입지 타당성검토,서울木洞쓰레기소각장 환경영향조사등을 했습니다. 이번 환경의 달을 맞아 오는 10일 「환경영향평가 사업에서의 주민의 참여」라는 제목으로 서울 明洞성당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이 토론이 현재 논란이 분분한 방사성폐기물처리장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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