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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감시 완벽… 국민 안심을”/김 대통령 기내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옐친에 “대북무기판매 중단” 얻어내/러시아,안보리 대북제재 참여 확신
김영삼대통령은 4일 오전(현지시간) 타슈켄트행 특별기내에서 수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1일 저녁 모스크바에서 가졌던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의 다차 정상회담을 비롯한 러시아 방문 비화를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북핵문제의 급박한 상황전개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을 의식,『북한의 군사 동향에 대한 한미 감시체제가 24시간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물론 전쟁은 막아야겠지만 북한을 응징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충분히 돼있는만큼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다차」 회담의 뒷얘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러시아 외무부에서 여러차례 다차회담은 특별히 우정을 갖고 하는 것이니 절대 무거운 얘기를 꺼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도대체 무슨 얘기냐. 정상회담인만큼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느니 그 문제는 나한테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옐친 대통령은 가정이나 취미 등 가벼운 얘기를 기대했던 것 같았는데 내가 부드러운 얘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주요 현안들을 모두 끄집어내자 당황했던 것 같아요. 옐친 대통령이 끝내 고집부린 대목도 있었으나 나도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았어요. 그러나 분위기는 굉장히 부드러웠습니다.』
­러시아의 북한보유 러시아제 무기에 대한 부품공급 및 판매중단 결정은 어떻게 나오게 됐습니까.
『옐친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양보할 수 없다고 했어요. 북한의 방어용 무기에 대해서만이라도 부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어떻게 공격용과 방어용을 구별할 수 있느냐,돈도 좋지만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가 첨단 군사기술 및 무기를 북한에 제공하지 않으면 북한의 무기가 1백개가 된다해도 소용이 없으니 부품·기술을 절대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설득했지요.
핵무기도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절대 나는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으나 그날 저녁에는 결론을 못지었습니다.
다음날 단독 정상회담에서도 마지막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다가 회담이 끝날 무렵 옐친 대통령이 탁자를 두손으로 치고 벌떡 일어나면서 「내가 김 대통령에게 양보하리다」고 한뒤 회담을 끝내더군요.』
­클린턴 미 대통령과 3일 저녁 전화통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십시오.
『35분간 통화에서 하고싶은 얘기를 서로 다했습니다. 발표는 딱 두가지 사항만 하라고 했으나 국민들은 걱정할 것이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어떤 경우든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무력준비를 완벽하게 이미 끝냈습니다. 24시간 북한동향에 대한 감시체제가 작동하고 있고,물론 전쟁은 막아야 하겠지만 어떤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충분히 돼있으므로 국민들은 안심해도 되겠습니다. 게리 럭 한미 연합사령관은 아주 치밀한 사람입니다. 걸프전에도 참가하는 등 현대전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납니다. 그런 인물을 한국에 배치한 것도 의미가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져 있으니 국민들은 안심해도 될 것입니다. 충분히 잘됐고 사실상 모든 것이 정리됐습니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조치에 참여하는 것이 확실합니까.
『물론입니다. 옐친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참여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굉장히 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상 중국은 북한에 대해 기름 외에 주는 것이 없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를 직접 주는 나라로서 북한과 간단한 관계가 아니지 않습니까.』
­벌목공 처리문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지요.
『벌목공들은 북한에서 나온 안전요원이 모든 여권을 모아 갖고 있어 마치 러시아안에서 무국적자처럼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옐친 대통령에게 우리 대사관에 찾아 오는 벌목공들은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으니 러시아에서 북한으로부터 벌목공을 받아들일 때 일일이 여권을 갖고 있는지 확인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옐친 대통령은 앞으로 러시아가 벌목공을 받아들일 때 개인적으로 여권을 소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한­러 경제협력 강화방안에 대한 논의내용을 소개해 주십시오.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러시아가 한국의 엄청난 가스소비량을 공급하기 위해 가스관을 북한을 통해 설치할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타당성조사에 2천만달러가 소요되는데 양국이 서로 반씩 나눠하자고 했습니다. 러시아는 한국에 장기적으로 가스를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타슈켄트=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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