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결의안 “알맹이” 최종조율/한 외무 왜 유엔 급파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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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사국대표들 접촉 채택과정 조정/미엔 7함대이동등 방위의지 주문
러시아를 방문중인 김영삼대통령이 4일 한승주 외무장관을 유엔에 급파키로 결정한 것은 초읽기에 들어간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정 과정에 우리의 입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한 장관이 유엔에서 해야될 일은 크게 봐서 ▲안보리 결의안 ▲한미정책 조율 ▲회원국 지지 확보 등 3개 분야다.
우선 한 장관이 1순위로 다뤄야 할 일은 미국과 대북 결의안의 수준과 내용을 최종 조율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오는 6일 안보리에 상정할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놓은 상태다.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는 3일 방미중인 김삼훈 핵담당 대사와 대북 제재의 강도·시기·내용 등을 협의했으며 결의안 내용과 관련,『한국과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가 마련해 놓은 결의안이 아무런 수정없이 원안대로 안보리 결의안으로 채택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결의안 채택과정에서 결의안의 수준·내용을 놓고 『북한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자』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외무부의 분석이다.
비슷한 경우로 미국은 지난 3월31일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한 추가사찰 수용을 촉구하기 위한 결의안을 추진했다 중국의 반대로 결국 결의안 대신 한단계 낮아진 의장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이같은 점을 감안,당초 엄격한 결의안을 상정한뒤 중국측과 공개·비공개 협상 과정을 거쳐 다소 완화된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국제사회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못지 않게 결의안 채택과정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한 장관은 유엔에서 부트로스 갈리 사무총장과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 대표들과 연쇄접촉을 갖고 결의안 채택과정에서 관련국들과 조정작업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장관은 유엔 방문길에 런던에 들러 유럽을 순방중인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앤서니 레이크 대통령 안보보좌관과 접촉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미측에 향후 북한 핵문제 전개 상황에 따른 한미 양국의 공동 대처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장관은 미국에 『어떠한 제재도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최근 동향 등을 포함,점차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최근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설명하고 민심안정 차원에서 미 7함대 이동 등 미국의 강력한 대한 방위의지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는 우리 정부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엔 회원국의 절반을 넘는 제3세계 국가들에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것도 한 장관이 해야될 일이다.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유엔안에는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 등에는 모른 척하고 핵무기 보유의 확증이 없는 북한에만 제재를 취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한 장관은 이들에게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안전조치 준수의무는 물론 91년 남북한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의 준수 의무가 있다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다.<최원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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