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 노점상 인기가요 우리가 만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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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화『투캅스』에서 안성기는 리어카 노점에서『요즘 잘 나가는 노래가 뭐냐』며 인기곡 카세트테이프를 갈취한다.이처럼 최근 가요 인기의 향방이 대학로.신촌.종로 등에서 성업중인 테이프 노점에 의존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치다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무슨 곡이냐고 묻고는 가볍게 들을 요량으로 값싼 테이프를 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 음악의 인기 판도를 보여주는 빌보드誌의 인기차트에빗대 길거리의 노점이 인기도를 보여준다는 뜻의 이른바「길보드차트」가 가요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인기 판도를 보려면 노점에서 귀가 따갑도록 흘러나오고「길보드 차트」톱10에 낀 노래가 무엇인지 보면 거의 정확하다는 것이다.
「길보드 차트」의 선곡은 납품업자와 노점상이 함께 자의적으로하고 노점들끼리 판매량을 비교해 최신인기곡 순위도 결정하고 있다.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더욱 늘어나고 있는 노점상들은 지역과 시간대에 맞게 노래를 선곡해▲종로는 신나는 트로트곡▲대학로는 신세대풍의 리듬있는 곡▲신촌은 분위기있는 발라드등을 번갈아 틀어댄다.또 초저녁엔 젊은 취향으로 노래를 틀고 밤이 깊어술손님들이 오갈 때는『립스틱 짙게 바르고』같은 트로트 노래를 많이 튼다는 것.
지난해부터 대학로 등지에서 이 사업(?)을 했다는 盧모씨(20)는『우리는 한국 음반계의 숨은 공로자입니다.우리가 키워낸 신인가수가 한둘이 아닙니다.우리가 만든 인기순위가 최신입니다』고 강조한다.
테이프노점상들에 따르면 제작선곡과 틀어주는 횟수는 가수인기에상당한 영향을 미치기에 음반제작업자와 가수 매니저들의 청탁도 들어오고 자신의 테이프를 직접들고 찾아오는 가수지망생들도 있다는 것.최근 인기정상으로 치솟고 있는 그룹「부활 」의『사랑할수록』의 경우도 노점에서 먼저 히트한뒤 대중에게 알려진 예다.
전형적인 뒷골목 문화가 되고있는 노점상 고유 상품은▲히트곡으로 예상되나 정품을 찍어내는 데 약간의 시일이 걸리는 노래▲히트곡들만을 모은 옴니버스 녹음▲국내에선 금지된 일본 가요들이다. 1일 신촌의 한 노점에서「최신가요모음」테이프를 산 S여대 李모양(19)은『들어보지 못한 곡도 많이 있어요.듣고 좋으면 나중에 정품을 다시 사죠.음질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정품이 없을때는 어쩔수 없지요』라고 말한다.오디오 전문가들은 노점에서 구입한 테이프를 많이 틀 경우 카세트 헤드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불법음반 단속을 벌이고 있는 한국음반협회측은『테이프의 경우 비품이 전체시장의 25%가량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며『무엇보다 정품이 출시되기 전에 유통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蔡奎振.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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