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겨레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펴낸 李離和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아동 문학가나 시인,소설가들이 쓴 어린이용 역사인물 전기에서 말장난이나 허구를 많이 발견했어요.물론 이번 작품도 완벽하다고 자신할 수 없지만 사실에 접근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술을 통해 역사인식의 지평을 넓혀온 사학자 李離和씨(56.역사문제연구소장)가 이번에는 국민학생을 위한 위인 전기전집『겨레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한길사刊)을 펴냈다.
7권으로 된 이 전집의 특징은 지금까지 나온 다른 전기류에 비해 길이가「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짧고 위인의 기준을 상당히 낮추었다는 점이다.그러기 때문에 신돌석.박규수.최무선등 낯선 이름이 눈에 많이 띈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완전한 선도 없고 완전한 악도 없다는 점과 참되게 사는 보통인간도 인생의 승리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그러다보니 이 책에선 방탕한 생활.관습.신분에 대한 울분등 인간의 갈등이 여과없이 그려져있습니다 .』 『겨레의 역사를 빛낸 사람들』에 등장하는 인물은 1백30여명.1권에서 6권까지는 학자.문인.종교인.여성운동가.상인.정치가.독립운동가등 분야별로 각 인물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7권에서는 김부식과 정지상,수양대군과 김종서,이순신과 원 균등 역사의 경쟁자였던 인물들의 암투등을 소개함으로써 삶이 좋은 관계로만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취향과 문장능력을 정확히 파악했는지 모르겠다』는李씨는 그러나『왕조시대 이미지조작의 잔재를 털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한 것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때문에 이 책에서는 김시습의 방랑이 단종을 그리워해서가 아니라 당시 정치에 염증을 느낀데서 비롯된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또 정몽주도 충신이기보다는 권력에 밀려난 인물로 강조된다.
『훌륭한 사람을 먼저 설정하지 말고 건전한 사고방식으로 바르게 살기만 하면 저절로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인식을 우리 어린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정치가나 예술가도좋지만 훌륭한 시민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