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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잔수 강한 건 이세돌 9단 영향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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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동윤 7단은 키가 크고 몸매는 가늘어 하늘하늘한 느낌을 준다. 이마의 여드름은 막 사춘기를 벗어난 소년 티를 드러내고 안경에 몽롱한 듯한 눈매, 길고 가는 손가락에선 문득 피아니스트의 예민한 감각이 묻어난다.

 강동윤은 그러나 거칠고 날카로운 바둑을 구사하며 휘어지는 듯 되감겨 오는 질긴 전투력을 보여준다. 조훈현-이세돌 계보을 잇고 있다는 평을 듣는 그가 14일 백홍석 5단을 2대0으로 완파하고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최강전에서 우승, 전자랜드배 우승에 이어 2관왕이 됐다. 전자랜드배 결승에선 이창호 9단을 이겼고 이번에 상대했던 백홍석은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에서 4강에 올랐던 강자로 2006년 바둑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인물.

 -두 번 다 속기전에서 우승한 탓인지 강동윤 7단을 ‘속기의 새강자’라 부른다. 벌써 2관왕인데 백홍석 5단과의 대결은 어땠나.

 “시종 난전이었는데 어렵구나 싶은 장면에서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운이 좋았다.”

 -승부에선 운도 실력이라는 얘기가 있다. 드디어 신예 최강자로 떠오른 느낌인데 신예 중 라이벌이라 느끼는 기사는 누구인가.

 “속기에서만 우승해서 신예 최강이란 칭호는 과분하다. 라이벌은 많다. 실력 차이가 거의 없이 다 강하다.”

 -선배 프로기사들이 최고의 신예로 검증이 안 된 박정환 2단을 꼽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박정환은 93년생으로 14세. 입단 후 성적이 안좋았으나 프로들이 최고의 신예로 뽑았다).

 “가능성을 높이 샀을 것이다. 나 역시 입단 후 3,4년 성적이 나빴는데 (박정환은) 점점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한국 젊은 기사들은 이세돌 9단을 꺾는 게 목표고 중국 젊은 기사들은 구리 9단을 꺾는 게 목표라고 한다. 강동윤 7단의 목표 역시 이들을 모두 꺾고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일 텐데 맞나.

 “…그렇다.”

 -천원전 결승에서 이세돌 9단과 대결할 가능성이 있는데 만약 맞붙는다면 승산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천원전 4강전에서 이세돌은 원성진 7단과, 강동윤은 안조영 9단과 각각 준결승을 벌인다).

 “지금까지 1승4패로 밀리고 있다. 실력에서 뒤지긴 하지만 그보다는 나은 성적이 되지 않을까.”

 -이세돌 9단의 장점은.

 “바둑이 독특하다. 상대를 미생으로 만들어 공격적으로 판을 끌어가는 힘이 탁월하다. 부분적 수읽기(잔수)가 아주 강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바둑, 특히 속기전에서 잔수 능력은 가장 필수적인 능력일 것이다. 강동윤 7단도 펀치력이 좋고 잔수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결국 비슷한 기풍을 지녔다는 뜻인가.

 “비슷하지 않은 것 같지만 굳이 그렇게 본다면 내가 이세돌 9단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바둑은 어떻게 시작했나.

 “아버지가 5급 실력이다. 형과 함께 어려서 도장에 다니다가 8년 만에(13세 때) 프로가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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