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연속좌담>5.사회환경 오염-향락시설에 밀려나는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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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金基洙차장=사회라는 토양에 병균이 침입하고 그 오염된 토양에서 자연히 생성되는 산물이 곧 범죄라는 말이 있습니다.범죄와사회환경의 불가분성을 설명하는 말이죠.이 말은 특히 이성적인 판별력이 발달하지 못한 청소년들의 경우 절대적입 니다.따라서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과 선도에 앞서 사회에서 유해환경을 솎아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沈英姬교수=이번 朴漢相군의 범죄는 전통적인 범죄학 이론으로는 설명할수 없는 또 다른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극빈 또는 결손 가정이 아닌 유복한 환경 속에서 자란 청년이 생각하기도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지요.그동안 급속한 경 제성장으로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간의 의식 차이가 더욱 커졌습니다.부모세대에서는 경제적 성공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지만 이미 유복하게 태어난 자식세대는 삶의 장기적 목표에 대한 열망을 갖는 대신 눈앞의 쾌락만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습니 다.
이들이 향락업소와 폭력.음란영화등 유해환경에 노출되면 쾌락에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쉽게 범죄행위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지요. ▲嚴鍾錤교장=청소년들에 대한 유해환경은 유흥업소나 폭력.음란영화만이 아닙니다.정보화사회를 선도하는 대중매체의 역기능 또한 청소년들의 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청소년들은 부모의 말보다 대중매체가 전달하는 말을 더 신뢰합니 다.
TV에서 보고 들은 것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느끼기도합니다.이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상세한 범죄행위 묘사등은 청소년들에게 범죄를 가르치는 효과를 가져올수 있지요.지난번 변조지폐사건 보도이후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린 것이 전 형적인 사례입니다.교육적 차원에서 TV프로그램의 엄선이 필요합니다.
▲金차장=범죄는 결국 도덕적 자제심 상실에서 오는 것이라고 볼수 있는데 청소년들의 심리적 자제력을 길러줄수있는 사회분위기가 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지나치게 향락적인 소비문화가 사회전체를 압도하다보니 판단력이 부족하고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들로서는 그것을 감내하기 어렵지요.유흥을 위해 돈을 마련해야 하고 자칫하면 이는 크고작은 범죄로 이어집니다.또 자제력이 부족하다보니 조금만 불만이 있어도 폭력을 유발하게 되지요.
청소년 범죄의 90%이상이 충동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특히성폭행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지요.이를 막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놀이문화를 즐길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沈교수=우리 사회에 청소년 유해업소가 많은 것은 우리의 산업화 과정이 건강하지 못했던 탓도 있습니다.우리 사회는 2차산업이 채 성숙되기도 전에 3차산업이 이상비대해지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우리나라처럼 유흥업소들이 주택가나 학교주 변에 깊이 파고든 나라도 아주 드뭅니다.유흥가와 주택가를 엄격히 분리하는조닝 시스템(zoning system)도입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嚴교장=선진 12개국의 국민총생산이나 생활수준.사회시설등을 바탕으로 한 선진준거지수를 보면 믿을수 없는 현실을 발견할수 있습니다.선진국을 1백으로 했을때 우리의 GNP는 57,물가는 92,자동차 보유대수는 40으로 중진국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그러나 사회시설은 4,무대예술은 3,박물관수는 1에 불과합니다.어느 시대,어느 나라나 불건전한 환경은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이같은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을 극복할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가 아닙니까.
▲金차장=청소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호기심만을 파고드는 불량만화나 잡지.비디오테이프등이 범람,청소년 심리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경찰이 이들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기는 하나 경찰의 단속 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청소년들이 그런 것에 탐닉하지 않을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하는 것입니다.이를 위해서는 산업사회 적응을 위한직능교육에 머물고 있는 교육제도의 개혁이 필요합니다.학교에서 엄청난 정보량을 주입시키다보니 그것을 따라가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뒤떨어져 끼리끼리 어울리며 비행에 손을 대기시작하는 것입니다.또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 매사가 사무적이 되고 정서를 교환할 기회가 없어 점점 더 메마르고 따라서 공격적.파괴적이 되며 그 가운데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문제가 심각한 인명 경시풍조가 배태됩니다.
▲沈교수=청소년들에게 그들의 부모가 과거에 그랬듯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적 성공을 위해 노력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인식,즉 正體性을 가지고 성취의 희열을 느낄수 있는 새로운 목표 를 제시해줘야 합니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가 다원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꼭 공부가 아니더라도다른 분야에서 얼마든지 성공해 행복한 생활을 추구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그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 입니다.
▲嚴교장=사회에 다양한 가치관이 정립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들이 그것을 인정해야 합니다.고3 학생 6백명이 졸업하면 절반인 3백명만이 대학에 진학할수 있는 것이 현실 아닙니까.나머지절반에게 인생을 제대로 설계해보기도 전에 좌절감 부터 맛보게 만들어서는 곤란합니다.자신이 낙오됐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가게 될 길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金차장=비행 청소년에 대한 대책은 처벌보다 선도가 우선돼야합니다.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무조건 격리시키고 처벌하면 범죄와 단죄의 악순환만이 거듭될 뿐입니다.
비행청소년을 엄격히 선별해 선도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전문교육기관에 위탁,사회적응 훈련을 시킨뒤 사회에 복귀시켜야 합니다.사회구성원 모두가 비행청소년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고 이들을교화시키기위해 뜻을 모으는 노력이 절대 필요합니 다.
[정리=李勳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