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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경제 조류 독감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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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아시아 경제가 조류독감 확산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조류독감이 베트남.태국에 이어 중국.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 국가의 증시가 일제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선 해외여행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봄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초기 단계와 비슷한 양상이다.

홍콩 증시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승승장구했던 항셍(恒生)지수가 지난 28일 전날보다 2.4%나 떨어진 데 이어, 29일에도 1.7% 하락했다. 베트남을 여행하고 돌아온 홍콩의 70대 노파가 고열 증세로 격리 치료를 받고, 병원 의료진 20여명이 집단 감염 증세를 보였다는 소식에 '팔자'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닭.오리와 관련된 식품 기업과 함께 도소매.관광.항공 관련 종목이 무더기로 폭락했다.

싱가포르.태국 증시가 최근 이틀간 3% 이상 떨어졌고,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주가지수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6.4%였던 태국은 올해 성장률(전망치 8%)이 조류독감 때문에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태국 상공회의소가 내다봤다. 태국은 조류독감으로 피해를 본 양계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29억9천만바트(약 9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앞으로 관광.항공.식품.유통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각국에선 10개 국가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지금까지 10여명이 숨지고 2천만마리가 넘는 닭.오리가 죽거나 도살당했다. 홍콩 위생서는 "조류독감이 사람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변화할 경우 3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중국 경제는 광시(廣西).후난(湖南).후베이(湖北)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비상 경보가 내려졌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조류독감 지역을 봉쇄해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광시성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오리를 24시간 안에 숨지게 하는 치명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선 "아직 위기 단계가 아니나 더 이상의 확산을 막지 못할 경우 관광 등의 분야에서 수백억달러의 경제 손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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