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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소세 폐지"에 시장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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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골프용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해 내년부터 특별소비세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관련 유통업계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내년부터 세금이 없어질 것을 미리 서둘러 발표하는 바람에 1년 동안 판매가 뚝 끊길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고급가구.골프용품 등 폐지 대상으로 거론된 품목이 값 비싼 제품들이어서 가격이 떨어지는 내년 이후로 구입 시기를 늦추는 소비자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PDP-TV 등 특소세가 폐지되는 건지 아닌지 모호한 품목이 많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이에 따라 기획상품전 등 할인행사를 통해 구매를 적극 유도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명품업계의 관계자는 "귀금속.고급시계 등 고가품은 내년 이후에 가격이 떨어지면 판매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아직 1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너무 일찍 방침을 내놓는 바람에 올 한 해는 헛장사를 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지난 28일 특소세 폐지 대상 품목을 연내에 확정한 뒤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내용만 봐서는 어떤 품목들이 구체적으로 포함될지 가늠하기는 힘들다. 당초 정부는 품목별로 5~20%에 이르는 특소세를 폐지하면 해당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이 투자를 늘릴 여력이 더 생겨 고용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올 한 해는 오히려 내수침체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산층조차 지갑이 얇아져 지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고소득층까지도 특소세 폐지를 기다리며 소비를 늦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소세 폐지가 거론된 품목들은 벌써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에도 자동차의 특소세 인하방침을 서둘러 발표했다가 차량판매가 급감하자 부랴부랴 적용시점을 소급하는 등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져도 내년 초쯤에나 특소세가 폐지되기 때문에 물품 구입을 미루는 소비자는 걱정하는 만큼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금까지는 이듬해에 폐지할 특소세 대상 품목을 대체로 7~8월께 선정해 온 재경부가 느닷없이 연초부터 떠벌린 배경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김진표 부총리의 4월 총선 출마설과 관련지어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장세정.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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