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복 국정원장 극비 평양 방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김만복(사진) 국가정보원장이 10월 2~4일 진행될 2차 남북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협의를 위해 19일 현재 평양을 방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김 원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때 나눌 대화의 핵심 의제와 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정상회담 합의의 북측 파트너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노 대통령의 '중대 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원장은 노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 일정이 예정돼 있는 21일 이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일정 가운데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고▶남포의 서해갑문을 시찰하는 데 대한 남북 간 합의가 사실상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으로부터 서해갑문 방문 등에 대한 비공식 제의가 왔고 노 대통령이 이를 원칙적으로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해갑문은 평양의 관문인 남포항과 은율 사이에 건설된 길이 8㎞의 대형 방조제다. 대동강의 홍수 조절과 함께 수심이 얕은 남포항에 5만t급 선박이 입항할 수 있게 건설됐다.

이 당국자는 "아리랑 집체 공연은 한국인의 정서에 안 맞는 장면을 일부 수정하는 대신 카드 섹션에서 노 대통령의 방북과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장면을 추가하는 방안을 북측과 협의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북측 제의를 수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 "북측이 희망하는 참관지를 모두 거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아리랑 공연 관람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궁전 참배 요구를 피해 가기 위해 고심 끝에 선택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