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불가리아/“경제실패” 대규모 시위/노동자등 정권퇴진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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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바르샤바·소피아 로이터=연합】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와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27일 수만명이 경제정책 실패 등을 이유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바르샤바에서는 공산체제를 몰락시켰던 연대노조가 이끄는 노동자 2만여명이 좌익계인 현 정부에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억제정책 중지를 요구하며 시내 중심가에서 정부청사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소피아에서도 이날 그리스 정교회본부 앞 광장에서 수천명이 내각 신임안이 통과된 것은 정치적 술수라고 주장하며 정부퇴진을 요구했다.
불가리아 의회는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류벤 베로프 총리가 상정한 신임안을 찬성 1백25,반대 95로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벨로프 내각은 내분과 총리의 건강악화 등 내부적으로 실각 위기를 맞고 있으며 총선을 실시하기 위해 9월 퇴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해설/「경제실패」로 물러난 좌파의 반격
민주화 5년째를 맞고 있는 동유럽에 경제개혁을 둘러싼 좌우파간의 책임논쟁이 뜨겁다.
27일 폴란드와 불가리아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민주화이후 집권했다 경제정책의 실패로 좌파에 밀려난 우파의 재반격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우파세력들은 공산주의 몰락이후 정권을 잡았으나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 등으로 최근의 선거에서 패배했다.
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슬로바키아 등에서도 좌파가 재집권에 성공했는가 하면 지난 8일 헝가리 총선에서도 구 공산당 후신인 사회당이 정당별 투표에서 최다득표해 권좌복귀 가능성을 높였다.
우파가 좌파를 상대로 벌인 시위의 주제는 과거 좌파시위 때와 같은 경제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폴란드의 연대노조가 주도한 바르샤바의 시위에서 『공산주의는 물러가라』는 등의 정치적 슬로건이 등장했지만 주요 요구사항은 노동자의 실질임금 상승과 근로조건 개선 등이었다. 수천명이 참가한 불가리아 소피아에서의 시위에서도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사임압력을 받고 있는 류벤 베로프 총리내각의 퇴진이 강력히 제기됐다.
앞으로 동유럽과 구 소련권 국가에서의 좌우파 어느 쪽이 경제를 살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정치적 승패가 판가름 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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