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 브룩 "21세기 리더, 다양한 요구 조율하는 능력 필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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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 베스 브룩 부회장과 연세대 경영대 4명의 여교수가 '21세기의 여성 비즈니스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선미·장은미 교수, 브룩 부회장, 장명·박선주 교수.

“21세기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포용력과 외교력입니다.”

세계적 회계법인 언스트 앤 영(E&Y)의 베스 브룩(48·사진) 부회장은 “독단적인 지도자는 더 이상 발 붙이기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세계여성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브룩은 최근 연대 경영대 여교수들과 ‘비즈니스 리더십’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는 박선주·장명·장은미·최선미 교수.

 공인회계사인 브룩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에 꼽혔던 대표적인 여성 비즈니스 리더다. 미국 퍼듀대를 졸업하고 1981년 언스트 앤 영에 들어가 특유의 성실함과 열정으로 승승장구, 90년 파트너(경영을 담당하는 임원)가 됐고 93∼95년 미 재무부에서 잠시 근무했다가 복귀해 금융담당 임원 등을 거쳐 2001년 부회장에 올랐다.

 리더의 첫째 덕목으로 ‘포용력’을 꼽은 것에 대해 그는 “기업 규모가 커지고 글로벌화하면서 이해관계자가 많아졌고 요구도 매우 다양해졌다”며“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포용력이 필요하고 조율과정에서 현명한 외교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제적 감각’ ‘창의력’ ‘윤리성’을 지도자의 덕목으로 꼽았다. 브룩은 “특히 여성은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을 포용하려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능숙해 리더가 될 자질을 타고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책임도 지적했다. 그는 “회사는 직원들이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며 “어디서 어떻게 일을 하든 결과물을 잘내면 문제삼지 않고 직원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력근무제와 같은 공식적인 제도로 이를 지원할 수도 있지만 팀워크 활성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여성은 출산·육아 문제로 직장을 잠시 떠나는 경우가 생기는데 복귀할 때 재교육의 기회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 내에서 남성과 여성이 잘 협력하기 위해서는 솔직히 대화하고 관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여성이 남성과 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은 남성이 여성에 악의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문이란 것이다.

 브룩은 오랫동안 열정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던 비결에 대해 “주변의 훌륭한 인물로부터의 끊임없는 자극과 도전정신,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 덕분”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 지위향상에 많은 기여를 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을 가장 존경한다”며”여성들은 서로 돕고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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