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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삼공사 6년근 '명품 인삼' 수확 현장 가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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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충남 부여의 인삼공사 홍삼 제조 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국에서 집결된 수삼을 손질하고 있다. 이 수삼을 증삼기에 넣어 찐 뒤 자연 건조를 하면 홍삼이 된다.

 추석을 열흘 앞둔 1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필탄면 율암리에 있는 1만6000여㎡ 규모의 인삼밭에 들어서자 향긋한 인삼향이 가득했다. 트랙터처럼 생긴 인삼채굴기가 밭고랑을 오가며 흙을 파내자 6년근 인삼이 보물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11년째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밭 주인 배병일(73)씨는 인삼에 붙은 흙을 털어낸 뒤 등급에 따라 분류했다. 180개 상자에 인삼이 가득 찼다. 배씨는 “이 정도면 평작”이라며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배씨는 이날 수확한 5.4t 분량의 인삼을 충남 부여군에 있는 한국인삼공사 홍삼 제조 공장으로 보냈다.

 ◆명품 인삼 키우기=배씨는 한국인삼공사가 계약을 한 6년근 인삼 재배 농민 2000명 중 한 명이다. 인삼공사는 홍삼 제조에 필요한 인삼을 전량 계약 재배로 조달한다. 회사는 경작 기술과 비용을 지원하고, 농민은 1년생 묘삼을 심어 6년근으로 길러 공급한다. 좋은 인삼을 얻기 위한 인삼공사의 관리 방식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이전에 재배했던 식물, 땅의 산도와 기울기, 토양 오염 여부를 조사해 재배지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다. 묘삼을 심은 뒤에도 정기적으로 토질 검사를 한다. 인삼공사 옥순종 홍보실장은 “한 번 인삼을 심었다 거둔 땅은 10년간 다시 재배할 수 없을 정도로 인삼은 땅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처럼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다”고 말했다.

 인삼공사는 9~11월 수확기에는 전 직원을 수확지에 배치해 인삼의 유입·유출을 감시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도난과 ‘부정삼’ 유입 시도 때문이다. 6년삼 인기가 워낙 좋다 보니 간혹 덜 키운 4, 5년짜리 인삼을 섞어 넣으려는 시도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날 수확 현장을 지킨 마케팅본부 최경진 과장은 “수확에 앞서 밭을 손상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수확 후에는 바코드를 붙이고 밀봉해 공장으로 보내는 등 관리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부정삼이 반입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쑥쑥 자라는 홍삼 시장=전국 산지에서 집결한 수삼(말리지 않은 삼)을 쪄서 홍삼으로 만드는 부여 공장은 열기로 후끈했다. 대형 증삼기 6대가 하루 82t의 홍삼을 만들어낸다. 세계 최대 규모다. 연유 빛을 띠던 인삼은 증삼기를 통과하면서 다갈색으로 바뀌었다. 다시 자연 건조장에서 15~20일 지내면 수분 함량 14% 이하의 홍삼이 완성된다.

 산지에서 인삼을 출하할 때 붙였던 경작자·산지·수확일을 기록한 바코드는 제조 전 과정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올해 인삼공사의 수삼 수매 계획량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6000t.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홍삼으로 만든 600여 종의 제품을 개발했다.

서창훈 제품1부장은 “예전에는 홍삼을 통째로 포장한 ‘뿌리 제품’이 많이 팔렸으나, 요즘에는 먹기 편하게 만든 홍삼절편이나 액상제품이 인기”라고 전했다.  

화성·부여=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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