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난 달사람… 해 뜨기 전에 하늘로 돌아가야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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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조앤 마리 갤러트 지음,
로나 베넷 그림,
송주리 옮김,
승산, 64쪽, 7000원,
초등 고학년

 한가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란 말이 있을 정도로 풍성하고 즐거운 겨레의 명절이다. 여기 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요즘이야 달나라에 옥토끼가 산다는 전설을 믿는 어린이들이 없겠지만 말이다.

 어린이를 위한 천문학 이야기를 쓰는 데 주력해 온 캐나다 작가가 지은 이 책은 일단 특이한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이야기 책이라기엔 알차고, 과학책치고는 상당히 흥미롭다. 세계 각국의 달 관련 옛이야기 9편을 뼈대로 해 사이사이 과학 이야기를 넣은 덕분이다.

 캐나다 미크맥 족의 ‘토끼와 달사람’ 이야기를 보자. 깊은 숲 속에서 사냥을 하며 살던 토끼는 어느 겨울, 걱정거리가 생긴다. 덫에 잡힌 동물들을 밤마다 도둑이 훔쳐가기 때문이다. 밤새도록 덫을 지키던 토끼는 ‘굉장히 밝은 광채를 띠며 다가오는 이상한 동물’을 본다. 올가미로 도둑을 잡긴 했지만 힘이 센 데다 쳐다볼 수 없을 만큼 강한 빛을 내는 바람에 쩔쩔맨다. 눈이 쓰리고 벌개져 시냇가에 엎드려 얼굴을 씻지만 소용이 없다. 빛을 희미하게 만들려고 눈뭉치를 던지지만 지글지글 녹아 버린다. 앞발을 모아 진흙으로 공을 뭉쳐 던지자 그제야 그 동물이 외친다. “그만둬! 난 달사람이야. 해가 뜨기 전에 하늘로 돌아가야 해. 바로 풀어주지 않으면 살려두지 않을 테다”라고.

 겁이 난 토끼는 다시는 먹이를 훔쳐가지 않고 지구로 내려오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달사람을 풀어준다. 허겁지겁 하늘로 돌아간 달사람은 약속을 지켜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지만 매달 며칠 동안은 모습을 감춘다. 외딴 장소로 가서 토끼가 던진 진흙을 씻어 내기 위해서다. 또 토끼는 이 일 때문에 분홍빛 눈과 검게 그슬린 털가죽을 갖게 되었단다.

 이런 설화에 달의 모양이 왜 변하는지, 날씨는 어떤지, 밀물과 썰물을 어떻게 일으키는지 등을 보라색과 파란색 상자글에 담아 알기 쉽게 설명해 줘 읽고 나면 ‘달 박사’가 될 수 있다. 과학 전문 출판사의 ‘영재과학 시리즈 천문학편’답게 낱말풀이와 찾아보기를 붙인 것도 돋보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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