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훈군, 고교생 ‘요리왕’ 대 잇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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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끝난 제42회 전국기능인경기대회 요리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박성훈(18·천안 병천고 조리과 2학년·左) 군은 의젓하고 당당했다. 이 대회 요리 부분에서 고등학생이 금메달을 딴 것은 박군이 처음이다. 10대 어린 학생이 내로라 하는 전국의 베테랑 요리사들을 모조리 제친 것이다. 내년 대회 금메달 수상자와의 ‘맞대결’에서 이기면 2009년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기능올림픽 출전권도 얻는다. 이 대회 한국의 요리 부문 최고의 성적은 은메달. 박군은 한국인 최초로 요리 부분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두고 보세요. 꼭 요리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딸 거예요.”

 박군이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 어린 나이에 좋은 ‘사부’를 만난 게 행운이었다. 박군의 사부는 바로 아버지 박희준(44·右) 한국조리아카데미 원장이다. 박 원장은 1986년 제 21회 기능인경기대회 요리 부문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서 박 군이 금메달을 땀으로써 부자가 대를 이어 우리나라 최고의 요리기능인으로 뽑히는 영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박 원장은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기능인대회 금메달을 땄을 때 나이가 24살. 만 22세 이하에게만 참가자격을 주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 대신 올림픽 금메달을 따겠다는 아들이 박 원장은 뿌듯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성훈이의 꿈은 과학자나 미술가 였어요. 5학년 때 부모님 직업 탐방 숙제를 하면서 목표가 바뀌었다고 하더라고요.”

 “흰 조리모를 쓰고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어요. 그 순간 결심했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겠다고요.”

 막상 아버지 밑에서 요리 공부를 시작한 뒤 박군은 아차 싶었다고 한다. 집에선 그렇게 자상하던 아버지가 조리실에만 들어서면 ‘호랑이 사부’로 돌변했던 것이었다. 아들이라고 봐주는 법도 없었다.

 “너무 모양 내려고 하지 마라” “긴장을 풀면 끝장이다” 는 등의 잔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렇게 엄한 수련을 받은 덕에 박군의 실력은 금방 늘었다. 요리공부 시작 1년 만에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이어 양식·중식·일식·제과·제빵 자격증을 줄줄이 땄다. 지난해 최연소로 출전한 41회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올해 마침내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박 원장은 “성훈이는 육류와 디저트 실력이 뛰어나고 특히 디저트 솜씨은 누구보다도 탁월하다”고 아들을 칭찬했다.

 “이제 시작인 걸요. 절대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수상의 기쁨을 삭이며 다시 요리모를 고쳐 만지는 박 군의 어깨를 아버지 박 원장이 가만히 두드려줬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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