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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노동자24시>2.고돼도 서울살이 즐거운 인도요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이태원의 인도요리전문 음식점 아쇼카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아스라프 칸씨(28).
인도 캘커타부근 이스트벵갈지방 출신인 그는 한국에 건너온 91년 1월1일부터 3년5개월째 합법체류자 신분으로 일해온 청년이다. 고교를 중퇴하고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10년여동안 여러 음식점을 전전하면서 요리기술을 익혔다.한국에서의 경력까지 포함하면 14년동안 외길을 걸어온 셈이다.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한국인 아줌마들은 그의 건실한 생활태도를 지켜보면서 중동건설현장에서 땀을 흘리던 70년대 우리근로자들의 근면성을 떠올린다.
인도 대재벌인 타지그룹 소유인 아쇼카식당은 14년 경력의 일급요리사인 칸씨에게 한달평균 5백달러의 급료외에도 다른 5명의요리사와 함께 사용할수 있도록 35평짜리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한달평균 3백20달러정도를 고향으로 송금한다.
그곳에는 농사를 짓는 부모와 일곱명의 동생,그리고 아내(22).아들(3)등 11명이 대가족을 이루며 함께살고 있다.
인도농촌의 조혼풍습에 따라 21세때인 87년 15세이던 아내와 결혼했다.
인도속담에 높은 실업률과 이로인한 게으름을 빗대는「한사람이 벌어 열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다.가장의 부담이 그만큼크다는 뜻인데 집안의 대들보인 칸씨를 두고 하는 말같다.
대학교수가 한달에 2백달러정도를 받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송금액수는 파격적이다.가족들은 그가 꾸준히 보내준 돈을 모아 1년전 큰집을 지었다고 한다.
『문맹률이 70%인 현실속에서 어렵게 고등학교까지 보내주셨는데 공부가 싫어 중퇴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그의 하루일과는 무미건조할 정도로 단순하다.
오전10시부터 오후3시30분까지,오후 6시부터 10시30분까지 두차례에 걸쳐 10시간동안 꼬박 서서 일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시간은 대개 오후11시 정도.
술.담배와 도박을 멀리하는 칸씨는 고작해야 TV를 시청하거나어쩌다 영화관에 가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다.
매주 한차례 이슬람사원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회교도인 그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과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하루에 다섯번씩 알라신을 향해 마음 속으로경건한 기도를 올린다.
『이태원 거리를 오가는 제 또래의 한국 남녀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면 부러운 생각도 들지만 우리도 자식대에는 풍요로운 생활을 할수 있게 해줘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불현듯가족들이 보고 싶을때는 편지를 쓴다.집에 전화가 없기 때문이다.특히 생이별중인 아내에겐『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작은 음식점을 차릴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찬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위대한 알라신은 외로움과 유혹을 이겨낼수 있는 힘을 내게 줍니다.』 그의 건강하고 성실한 삶에서 우리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근면과 절제를 다시 보는듯 하다.
〈李夏慶기자〉 (株)태창 이주영전무는 17일「그늘속의 뉴코리안」시리즈 1회에 소개된 방글라데시인 모하메드 사이플 이슬람(23).한국인 羅敬順씨(24)부부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뜻을 中央日報에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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