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왕’19세 왕기춘, 세계를 메쳤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세계유도선수권에서 4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신예 왕기춘.이 73㎏급 결승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맘마들리를 배대뒤치기로 공격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연합뉴스]

 신예 왕기춘(19·용인대)이 한국 유도의 금맥을 4년 만에 다시 찾았다.

 왕기춘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벌어진 세계유도선수권 남자 73㎏급 결승에서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를 연장 접전 끝에 다리잡아메치기로 효과를 얻어 정상에 올랐다. 유도세계선수권은 2년마다 열리며 한국은 2005년 이집트 카이로대회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다. 따라서 왕기춘은 끊어졌던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4년 만에 따낸 것이다.

 왕기춘은 한국 유도의 샛별이다. 지금까지 한국 유도의 간판이었던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와 김재범(이상 KRA)을 대표선발전에서 잇따라 꺾고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나이가 어려 미완의 대기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생각보다 강했다. 이번 대회에서 73㎏급에는 71명이나 출전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체급에서 왕기춘은 경험 부족을 패기와 강한 정신력으로 극복,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회전 부전승, 2회전과 3회전을 한판승으로 끝낸 왕기춘은 4회전부터는 매 경기 강호들과 접전을 벌이며 결승(7회전)에 진출했다. 맘마들리와의 결승에서 왕기춘은 1분20초 만에 배대뒤치기로 유효를 따내 앞서갔다. 그러나 1분여 만에 업어치기를 당했다. 처음엔 절반이 선언돼 위기에 몰렸으나 유효로 정정되는 덕분에 연장에 갈 수 있었다. 연장에서 왕기춘은 1분55초 만에 상대의 다리를 잡아당겨 효과 판정을 받았고 우승을 확정했다.

 왕기춘은 “사실 금메달을 기대하지 못했다”며 “5월 쿠웨이트 아시아선수권 1회전에서 탈락한 경험이 큰 자극이 돼 이번 대회를 더 각별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트와 너무 열심히 싸우다 보니 얼굴이 다 까졌다”고 했다.

 태권도를 하다가 유도로 전향한 왕기춘은 1m71㎝로 체급 선수 중에선 키가 작은 편이지만 몸이 고무공처럼 유연하다. 태릉선수촌에서 이원희의 훈련 파트너를 하면서 세계 최고 테크니션의 공격과 이에 대한 수비를 익혔다. 이원희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기술이 다양하고, 공격적이면서도 수비가 강하다.

 안병근 대표팀 감독은 “몸 움직임도 좋고, 공격적이어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원희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만 22세인 2003년이다. 왕기춘은 이보다 3년 빠른 10대에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따내 이원희 못지않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이원희·김재범과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