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외국인노동자들의 서러운 法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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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인들은 인정이 많다고 들었는데 저희들한테는 너무 가혹해요.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별의별 욕설과 조롱을 다 퍼붓고….』 15일오후5시 서울종로구 曹溪寺 대웅전.부처님 오신날을사흘 앞두고 경제정의실천불교시민운동연합(經佛聯)이 마련한「외국인 노동자 초청법회」에 참여한 2백여명의 외국 근로자들은 한국인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오히려 섭섭함과 원망을 털어놓 는데 한목소리였다.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려는 부처님의 자비에는 국경이 없다』는 스님의 설법에 네팔.티베트.방글라데시.미얀마등 동남아 불교국가에서 온 까무잡잡한 피부의 일부 노동자들은 자신의 처지가 서러운듯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딸 둘을 처가에 맡 겨놓고 91년12월 아내와 함께 한국에 왔다는 네팔 출신의 구룽씨(29)는 서툰 한국말로『불법체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임금을 안주고 때리기까지 하는 업주들 때문에 2년6개월 동안 15번이나 일터를 옮겨 다녔다』며『일주일에 한번씩 만나 안부를 묻던 아내는 불법체류자로 체포돼 지난해말 본국으로 추방됐다』고 말했다.
법회가 끝난뒤 승무.바라춤.부채춤.사물놀이등 고국에서는 볼수없던 불교예식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잠시 자기들끼리 귀엣말을 주고받고 즐거워하며 가끔『야』하는 탄성을 지르기도 했으나 얼굴에드리워진 그늘은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표정들이었 다.
『그런 대우 받기 싫으면 안오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10여년전 우리가 미국.일본에 쏟아져 들어갔던 때를 생각해야죠.』 설법을 마친 한 스님은『부처님이 오신 자비의 달에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인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한다』며 앞으로 불교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문제에 관심을 둘것이라고 말했다.
〈金俊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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