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유산재조명>1.사회분야 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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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이처럼 크고 작은 이익집단의 수가 늘어나면서 무질서와 내몫 챙기기도 동시에 커졌지요.이러한 경향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될수록 더욱 농후해져 60년대보다는 70년대가,70년대보다는 80년대가 더욱 커졌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이 현상이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사회는 본질적으로 여러 집단의 이익이 상충되는 구조의 다원화 사회라는 사실을 인정해야합니다.우리는 어떠한 이익집단의 주장이 등장했을때 너무 쉽게 이것을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이기주의로 매도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반대에 대한 훈련을 쌓지못한 탓이기도 합니다.이 때문에 정당한 주장조차 이기주의로,때론 이러한 주장이 다발적으로 일어나 무질서로 보이기도 하는 것입니다. ▲姜교수=이질성 다원주의 사회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가치의 혼돈상태에 빠져 모든 것이 몰가치해져버리는것은 경계해야 합니다.식민지사회에서 고통스럽지만 민족의 해방을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 참된 가치이듯 수많은 주의.주장의 홍수 속에서도 어느 시대,어느 사회를 관통하는 참가치는 따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宋교수=물론 당시 시대상황 속에서 국권을 회복해야한다는 명제는 우리 사회에서 절대절명의 가치였습니다.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과거의 국경있는 사회에서 점차 국경이 없는 사회로 옮겨가고있습니다.최근 불고있는 국제화 바람도 이러한 사 실과 무관하지않습니다.민족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특수가치와 국제적인 시각의 보편가치가 공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이 국경없는 사회에서는 다른 쪽에서 넘어오는 문화를 궁극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보편적 문화가 전통적인 문화를 몰아내고 있는 것은「피자와 빈대떡」의 관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외국문화의 무분별한 침투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를 고급문화로 만들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토착적인 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숙제입니다.가장 토착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인 것으로모든 세계인에 공통적인 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결론적으로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張총장=지난 30년동안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지배 엘리트들의 반민주성 때문이었습니다.
우수한 국민문화가 엘리트문화의 정체성.후퇴성 때문에 서로 조화되지 못하고 분리.이원화돼버린 것입니다.
이제 과거 정권과는 다른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모든 개혁작업을 정부가 주도하려 해서는 안됩니다.어느 정도 사회적 가치를 가진 민간단체에 자율적으로 맡기고 이를 사회운동으로 승화시켜야합니다.그런뒤 정부는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 아야 합니다.동시에 원초적 문제인 자유와 평등이 상호보완되도록 노력해야합니다. 평등이 지나치면 획일주의로 흐르게되고 자유가 지나치면 약육강식의 결과를 낳게될 수밖에 없지요.이 두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우리 사회의 과제입니다.
▲宋교수=과거를 긍정적으로 보아야합니다.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일 수 밖에 없으며 과거가 아무리 불행했다 하더라도 이를 모두거부할 것이 아니라 총론이 아닌 각론으로 접근해 버릴 것은 버리고 받아들일 것은 과감히 받아들여야합니다.
다음은 개혁을 하는데 성급하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우리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성이 높다는데 있습니다.이동성이 높다는것은 사회가 공중에 떠있다는 말입니다.예컨대 연간 총인구의 20%이상이 지역적 이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이 수치는 이웃 일본에 비해 네배가 넘는 것입니다.직업적 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74년 1천5백개에 불과하던 직업 수가 86년에는 1만2천5백개로 증가,12년동안 8배 이상 불어났습니다.이동의 소용돌이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높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이같은 현상은앞으로 10년이상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뿌리째 흔드는 혁명적 개혁보다는 사회병리현상을 하나씩 고쳐나간다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세대갈등 줄여가야 ▲姜교수=우리 시대에 가장 절실한 과제는 역시 분단된 민족의 통일입니다.통일을 준비해야할 시기에가장 시급한 것은 군사문화의 유산으로 30여년간에 걸쳐 누적돼온 한편의 다른 한편에 대한 적개심을 해소하는 일인데 이것이야말로 문민정 부가 할 일입니다.이를 위해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사고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20대와 50대의 생각이나 행동이 같을 수는 없지요.식민.분단시대에 왜곡되고 찌든 기성세대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기를이끌어갈 젊은 세대가 생각이 같다면 그 사회는 정체를 거듭할 수밖에 없고 이는 불행한 일입니다.
또 물질만능주의에 따른 이기주의의 팽배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족사회 뿐만 아니라 국제화속의 세계시민 자리도 차지하지 못할 것입니다.이를 위한 인간성 회복.가치관 확립을 위해 학교교육.
사회교육이 이루어져야할 것입니다.
〈정리=李圭淵.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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