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리, 언론 입 막아 조류독감 대응시기 놓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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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미국의 자유기고가인 필립 커닝햄(사진)은 28일 방콕에서 본지에 보내온 특별기고문을 통해 조류독감을 은폐해 온 태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지난 23일까지 태국 정부는 완강하게 조류독감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탁신 총리는 방송에 출연해 닭튀김을 먹었다. 그러나 결국 조류독감이 전국적으로 퍼졌다는 사실이 드러나고야 말았다.

언론자유국으로 알려진 태국에서 어떻게 조류독감이 한동안 은폐될 수 있었을까. 정치적 환경변화 탓이다. 현재 태국에서는 정권에 도전하는 개인과 언론들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탁신 총리가 지시하면 각료들은 거절하기 힘들다.

태국언론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탁신 총리는 인쇄매체를 포함해 거의 모든 미디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언론재벌 출신인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비슷하게 태국에서도 목소리가 큰 지도자가 탄생한 것이다.

태국의 조류독감이 확산되면서 그 증거들이 속속 나타났지만 정부의 경고로 언론의 확인작업은 별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 병원이 "조류독감에 감염된 환자를 확인했다"고 용감하게 발표하면서 마침내 언론보도에 물꼬가 트였다. 중국에서는 용기있는 군의관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발생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

중국과 태국 모두 정부의 초기 은폐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만약 태국 정부가 조류독감에 일찍 대응했더라면 조류독감이 태국 전역으로 번지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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