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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회고록 발간 “난 부시에 왕따 당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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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20면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이 미국 경제의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17일 발간될 회고록 '혼란의 시대 : 신세계에서의 모험'(The Age of Turbulence : Adventures in a New World)에서 2030년까지 미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이 2.5%로 둔화하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4.5%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재임시절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3.1%였다. 물가를 압박할 요인으론 세 가지를 꼽았다. '정보기술(IT) 중심의 생산성 향상 속도가 둔화'통화량 증가로 이어지는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임금 상승 등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2%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FRB가 2030년까지 금리를 두 자릿수(10%대)로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금리는 그린스펀의 전임자였던 폴 볼커 시절에서도 볼 수 있었다. 볼커는 당시 모든 정책의 초점을 ‘인플레이션 억제’에 맞추고 기준금리를 19%까지 인상해 1980년대 초반 경기침체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린스펀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버블 책임론’을 강하게 반박했다. 최근 많은 경제학자는 2003년 FRB가 금리를 1%까지 내려 1년간 유지한 것이 버블을 키워 지금과 같은 서브프라임 위기와 신용경색을 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 금리인하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그것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지난주 CBS와의 인터뷰에서 “서브프라임의 느슨한 대출 기준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심각한지는 최근까지 알지 못했다”고 인정했었다.

회고록에선 현직에 있을 때 할 수 없었던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 그린스펀은 정치논리로 금리정책을 재단해 FRB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이 정책적 고려보다 정치적 논리를 앞세우고, 백악관이 장기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공화당원이고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지만 부시 행정부의 ‘이너 서클’엔 끼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재임기간 중 겪은 대통령 가운데선 리처드 닉슨과 빌 클린턴을 가장 똑똑한 대통령으로, 제럴드 포드를 평범하지만 가장 호감 가는 인물로 꼽았다. 그린스펀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21세기는 이들이 미소 짓는 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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