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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후보보다 더 바쁜 부인 민혜경씨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호 07면

14일 만난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혜경(51·사진)씨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오후 2시가 되도록 아침도 못 먹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정 후보는 인터뷰에서 “하루에 6시간쯤 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씨는 4시간을 채 못 자는 날이 많다고 한다. 후보보다 더 바쁜 아내인 셈이다.

“제 남편은 옷 터지면 짜깁기해 입는 사람”

정 후보 부부의 연애담은 정치권 내에서 제법 유명하다. 민씨 집안의 반대가 극심하자 정 후보는 아내를 이틀간 설악산으로 ‘납치’한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수더분한 성격의 민씨는 결혼 후 시어머니(2005년 작고)를 24년간 모시고 살았다. 시동생 셋도 각자 분가할 때까지 돌봤다. 덕분에 부부싸움은 꿈도 못 꿨다고 한다. 그는 “결혼 초에 남편에게 너무 화가 난 적이 있었는데 시댁 식구들 앞에서 차마 싸울 수가 없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남편을 마구 꼬집은 적도 있다”며 웃었다.

아내가 보기에 정 후보는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밖으로 비치는 화려한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라고 답했다. “낡은 옷도 못 버려서 너덜너덜한 양말을 신고 나가기도 하고, 옷이 터지면 짜깁기를 해서 입기도 한다”는 것이다.

민씨가 지금도 가장 속상해 하는 것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정 후보의 노인 발언 파문이다. 그는 “남편은 가끔 내가 시어머니 때문에 속상해 하면 ‘당신은 남편이 있으니까 기쁨은 두 배, 슬픔은 반이 되지만 일찍 혼자 되신 어머니는 기쁨은 반, 슬픔은 두 배 아니냐’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효자 중의 효자라고 생각했던 남편인데 느닷없이 불거진 노인 발언 파문으로 너무 괴로웠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아들만 둘을 뒀다. 둘 다 대학 재학 중 군에 입대해 현재 복무 중이다. 큰아들 욱진씨는 육군, 둘째 현중씨는 해병대에 있다.

민씨는 “요즘 큰아들이 이라크 자이툰부대에 가고 싶다고 해서 고민이 많다”며 “아들을 군대에 보내 보니 국민이 왜 고위층의 병역 비리에 그렇게 분노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큰아들 입대할 때는 부부가 함께 독일에 가 있어서 잘 몰랐는데 둘째 아들 입대 후 집으로 우송된 사복을 보고 펑펑 울었다”고 덧붙였다.

민씨에게 퍼스트 레이디가 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요즘도 돌아다니다 보면 후보가 직접 듣기 힘든 얘기들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대통령이 미처 챙기지 못한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애 때보다 살면서 남편을 더 사랑하게 됐다”며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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