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못벗는 신약개발 뻥튀기/김호균 과학기술부 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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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약개발」이라는 단어는 국민을 오도하는 요술방망이인가.
우리나라의 몇몇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신약개발」이라는 재료를 과대포장해 자사이익을 챙기는 쪽으로 곧잘 이용해 왔다.
최근에도 이러한 구태는 계속되고 있다.
국내굴지의 제약사인 중외제약이 지난 10일 「신물질에 의한 국내최초의 신약이 탄생돼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요지의 자료를 언론기관에 배포한 것이 그것이다. 회사측은 이 자료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합성에 성공한 신약(퀴놀론계항균제 Q­35)의 2임상실험(소수환자를 대상으로 한 유효성·안전성실험)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와함께 「이 신약에 대한 물질특허를 국내(89년 5월19일 출원)는 물론 미국·일본 등에 출원한 상태」라며 「이번의 신약개발로 우리도 세계적인 신약보유국이 돼 선진국과 같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계기관 및 외국유수의 신약개발정보지를 통해 조사한 결과 중외제약이 공표한 「국내신약 1호 탄생가시화…」는 허구임이 드러났다. 일본의 중외제약은 신약의 특허사정(특허등록을 통고받는 일)을 지난달 13일 우리나라 특허청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영국에서 발간되는 신약개발정보지 『파마 프로젝트』 최근호에서도 이 신약개발 주체는 명백히 일본의 중외였다.
사실과 전혀다른 홍보내용에 대해 해당기업은 『이 신약은 일 중외제약이 개발했으며 상품화단계에서 우리가 참여한 것일뿐』이라고 뒤늦게 「잘못」을 시인했다.
중외의 이같은 과대포장 발표는 6월말로 예정된 유상증자청약을 앞두고 투자자를 겨냥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우리 기업들이 눈앞의 「이득」을 위해 신약개발정보를 부풀리는 동안 외국사들은 「진짜 신약」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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