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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플루토늄 과잉 축적/북핵해결 악재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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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북서 “불공정성” 빌미삼을까 우려/“일 핵재무장 가능성” 민감한 대응
일본의 플루토늄 과잉축적 사건을 보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복잡하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면서 일본정부에 대해서는 『너희가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런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사건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경계하는데만 있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북핵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마당에 이번 사태가 자칫 북핵문제 타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북한이 이를 빌미로 「불공정성」를 들고 나와 북핵문제가 틀어질 수 있고,그러면 동북아 전체가 핵무장에 뛰어드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의 비핵화정책도 근본적인 수정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다. 그러한 새로운 핵경쟁이 일본에 의해서 촉발될 수 있다는 점을 심히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핵무장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공식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가장 모범적으로 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미 상당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들통났다. 일본은 의지만 있으면 빠른 시일안에 핵탄두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그에 따른 기술적 능력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또 경제력은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일본이 국제정세 변화 등을 이유로 불가피하게 군사강국이 돼야 한다고 판단하기만 하면 손쉽게 핵무장을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있는 것이다.
일본에 인접한 국가로서,또 과거에 침략당한 경험을 가진 한국이 이런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무기용 플루토늄의 양은 핵탄두를 최대 1∼2개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일본이 보유량은 확인된 것만도 9개를 만들 수 있는 70㎏에 이른다.
이중 일부라도 빼돌려질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경우 북한에 핵투명성을 보장토록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은 허사가 될 가능성이 많다.
우리 정부는 과거 일본이 프랑스로부터 막대한 양의 플루토늄을 수입할 당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었다. 「믿겠다」는 신뢰차원에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 신뢰감을 더 지탱하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사건발생 초기부터 일본정부에 공식적 해명을 요구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으나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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