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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중국 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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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우주 소년 아톰'과 '사파이어 왕자'의 아버지, 나아가 '일본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인물사진)가 그린 '나의 손오공'(전8권.솔.각 4천8백원)이 번역돼 나왔다. 1952년부터 약 8년간 '만화왕'이라는 잡지에 연재된 이 작품은 널리 알려진 중국 고전 서유기를 만화로 옮긴 것이다.

원작에 익숙한 어른 독자에게는 만화의 줄거리 자체보다는 데즈카의 특징인 동글동글한 인물생김과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정지상태로 옮겨놓은 듯한 연출을 손에 쥐고 보는 재미가 쏠쏠할 듯 싶다.

'나의 손오공'은 치고받는 말장난으로 재미를 주는 개그만화라는 점에서 데즈카로서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연재 당시의 일본 어린이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원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첨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삼장법사 일행이 실수로 일본행 배를 타게 되는 에피소드에서는 일본 전래동화 모모타로 이야기에 나오는 소년.개.원숭이.꿩과 힘을 합쳐 요괴를 물리치기도 하고(3권), 천축국에 도착해 임무를 완수하기 직전 손오공이 욕심을 내 억지로 인간이 되어서는 현대의 일본에 환생해 삼장법사를 꼭 닮은 탐정 '율브리너 삼장'과 범죄를 소탕하기도 한다(8권). 권말에는 서유기의 도입부를 원숭이 남매의 이야기로 각색한 또다른 단편 '링링 누나'도 실려 있다.

'나의 손오공'은 60년대 말 '손오공의 모험'이라는 TV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만화를 원작으로 일본 최초의 TV애니메이션 시리즈 '우주 소년 아톰'을 만들었던 데즈카가 중국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점이다.

그는 만화 '나의 손오공'을 두고 "42년 개봉한 중국 최초의 애니메이션 '철선공주'의 재미와 장대한 스케일에서 강한 인상을 받아 탄생한 작품"이라면서 특히 화염산의 우마왕이 나오는 대목에 대해서는 "잊고자 애썼던 이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너무 강하게 남아 거의 모방에 가까운 이야기가 되고 말 정도였다"고 후기에 밝혀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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