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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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1부 불타는 바다 더 먼 곳을 향하여(26)웅삼이 땅바닥에침을 뱉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소.열불 날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니,나도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라오.』 조씨가 내친 김에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러면,우린 이러고 두 손 놓고 앉아만 있으면 된다 그말이요.누가 사무실에 가서 말을 건네도 건네야 할 거 아니겠소.』조씨 쪽으로 다가가며 김씨가 말했다.
『그 말도 틀린거야 없지만.그래서,우리가 이런다고 뭐 해결될일이라도 있답니까.안 그래요?옛말에도 있듯이 똥이 무서워서 피합니까,더러우니까 피하는 건데.』 『아침밥 잘 먹고 웬 똥얘기.』 『근데 그게 무슨 옛말이여.옛말 아니라구.옛말에 나오는 똥얘기는 그게 아니고,똥은 건드릴 수록 쿠리다,그런 말이여.』『똥얘기도 하면 할수록 쿠린 거요.그만들 하는게 좋겠구만.』 내내 사람들 뒤에서 뒷짐을 지고 서있던 명국이 놀란 얼굴을 하고 사람 사이로 헤집고 들어갔다.그의 눈에 길남의 모습이 띄었기 때문이었다.
저 놈이 다 된 밥에 코빠뜨리려고 저러나.길남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마음이 급해진 명국이 주변을 휘둘러보며 김씨에게 말했다.
『까마귀 검다고 속살도 검을까.노무계에 가서 말놓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들 하고,용삼이 따라 일 나갈 사람은 일 나가고,그러면 쓰겠구먼.제 생각들은 다 있을 것이니까 이렇게 우왕좌왕할것이 아니라 제 배짱 꼴리는대로들 가시더라구.』 누구 들으랄 것도 없이 떠들면서 길남에게로 다가온 명국이 그의 팔을 잡았다. 『너 사람들 말살에 끼지 말아.』 『알아요.』 『알면 여기있을 것도 없다.우린 저쪽에 가서 앉아나 있자.』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가면서 명국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김씨 말 못 들었냐?오나라가 망하든 초나라가 망하든 자기 알바가 아니라잖니.우리도 마찬가지다.어느 패가 이기든 그게 다장기 한수지 뭐 별거라드냐.그나 저나 오늘 자알 하면 일 쉬겠다.오늘 못캐면 내일 캐지,그 탄이 어디 가겠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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