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 이응노화백 추모전-紙上감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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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숱한 현대 한국화의 고민을 멀리 파리땅에서 한걸음 앞서 체험했던 顧菴 李應魯화백(1904~89년)의 화려한 추모전이 열리고 있다.
中央日報社와 湖巖미술관이 공동주최한 『고암 이응로전』은 미공개작을 중심으로 평면.입체.드로잉등 1백4점을 6월19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소개중이다.
단계별로 그의 작품세계를 정리해 보인 이번 전시는 분단이데올로기의 피해자로서 그늘진 기억속에서 살았던 한 작가의 삶을 복권,진정한 예술가로서 재조명을 시도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부인 朴仁景여사가 그의 분신처럼 간직해온 미공개작을 내놓은 것도 그런 뜻에서다.
1958년말 파리로 건너간 顧菴은 한지콜라주를 거쳐 문자추상의 세계로 수묵의 한계를 뛰어 넘는 현대 한국화의 세계를 열어갔다. 이번에 공개된 초기의 콜라주작업이나 초기 문자추상작업들은 실험정신으로 일관한 고암이 한국화의 現代性 구현에 얼마나 고심했나를 보여주는 흔적들이다.특히 초기 문자추상작업들은 마치고대중국 청동기에 새겨진 고문자를 보는듯한 古拙한 분 위기를 자아내 말년에 선으로만 그린 군상작업과 함께 고암작업의 심연에는 동양적 정신이 충만해 있음을 엿보게 한다.
미공개 고암작품을 지상소개한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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