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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정의패션@TV] ‘완벽한 이웃 …’ 배두나식 원피스 “비서 차림은 이래야” 정형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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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드라마와 패션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용이 너무 뻔할 것 같은 전개로 흘러가면 재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요즘 방영중인 SBS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엔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우선 ‘재벌 2세와 여비서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구성이 아니고, 무엇보다 극중 비서로 나오는 여주인공 배두나(사진)의 패션은 일반적인 여비서의 옷차림과는 사뭇 다르다. 흔히 비서라면 딱 떨어지는 수트나 구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화이트셔츠를 입은 모습을 연상하게 될 것. 드라마 ‘청춘의 덫’의 심은하 패션처럼 말이다. 그러나 배두나는 이런 정형화된 공식에서 벗어났다.

 비서라는 설정임에도 극중에서 배두나는 단 한번도 고리타분한 정장 차림을 선택하지 않았다. 초록색 셔츠에 A라인 스커트를 매치한 정도가 가장 포멀(formal)한 옷차림일 듯. 헤어스타일에 있어서도 심은하와 배두나는 극과 극이다. 심은하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생머리의 단발을 고수했다면, 배두나는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긴 웨이브의 퍼머 머리를 하고 있다. 패션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인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적합한 옷인지를 따져본다면, 분명 배두나의 옷차림에는 감점의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저녁에 멋진 레스토랑에서 프러포즈를 받을 때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퍼프소매의 화이트원피스가 낮에 회사에서 근무할 때는 부적합했다. 만약 배두나의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한다면 회사에서 일할 때는 원피스 위에 재킷을 입어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저녁 시간 데이트에는 재킷을 벗고 원피스만으로 로맨틱한 스타일을 연출하라고 조언했을 것.

 그러나 모든 옷차림이 완벽히 TPO에 적합한가 아닌가만 따지고 든다면 패션은 지루해진다.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 배두나가 즐겨입는 루스한 원피스들은 어른들이 보면 잠옷을 입고 회사에 다닌다고 핀잔 하실법한 것들이지만, 요즘 유행에 딱 맞는 스타일이고 가장 배두나 다운 옷차림이다.

 드라마 속 상황에서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고루한 옷차림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너무나 정형화된 잣대를 들이대지 말 것. 공식에서 탈피한 약간의 변주가 패션을 훨씬 흥미롭게 한다.

오세정 패션 칼럼니스트(명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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