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펀드 잡아라" 몸달은 홍콩 금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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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홍콩이 중동의 '오일머니'인 이슬람계 펀드 유치에 나섰다. 규모가 1조 달러(약 930조원)에 달하는 이슬람계 펀드를 유치하지 않고는 세계는 물론 아시아 금융중심 도시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계 펀드가 유입될 수 있는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홍콩의 존 탕 춘와(曾俊華) 재정사장(재무장관 격)은 11일 "자금 규모가 1조 달러에 달하고 매년 15% 이상씩 성장하는 이슬람계 펀드 유치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최근 이슬람계 자본이 중국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홍콩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위치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슬람계 자본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핵심을 차지하고 있으며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는 물론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이 자본을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홍콩 금융감독청은 우선 이슬람 채권시장 육성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존 탕 사장은 이와 관련, "현재의 홍콩 금융 시스템과 이슬람계 자본의 운용 규정이 상충할 경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본이 최대한 유입되도록 제도를 정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슬람계 자본은 대부분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인도적인 목적이나 상호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용되고 있다. 예컨대 펀드의 성격에 따라 운용 방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인도적 목적에 투자되는 펀드는 이자를 받지 않는다. 대신 사용 내역과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투기성 자본은 없고 대부분 사회간접자본이나 복지 관련 프로젝트에 쓰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도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홍콩 정부는 SOC 건설과 복지 관련 프로젝트에 이슬람계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이를 중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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