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사찰에 커다란 구멍/일보유 핵폭탄9개분 플루토늄 왜몰랐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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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핵연료제조때 잔류량 측정 부정확 입증/일정부서 그동안 신고안한 이유 아리송
핵폭탄을 9개나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이 일본의 핵연료제조공장 제조공정기기에 붙어 체크되지 않은 형태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은 IAEA 사찰에 대한 신뢰성에 큰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투명도가 높은 핵사찰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대량의 플루토늄이 기기에 붙어 남아있다는 사실을 체크하지 못한 때문이다.
이는 생산된 플루토늄이 얼마나 되는가를 측정하는 계측기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원자로내에서 우라늄 238을 중성자로 때려 만들어지는 플루토늄 양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를 체크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무척 어렵다. 따라서 플루토늄은 얼마나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확률적으로 계산해서 유추하고 있다.
일반 공산품처럼 이를 분말로 만든다든지 해서 정확히 무게를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핵연료 제조공장에 설치된 카메라는 플루토늄 유출 등만 감시할뿐이다. 떡을 만들 때 떡고물이 손이나 주변그릇에 붙듯 플루토늄도 제조과정에서 주변기기에 붙어 밀폐용기안에 남아있게 된다.
문제는 도카이무라(동해촌) 공장의 플루토늄 잔류량이 이렇게 엄청나게 불어나도록 IAEA가 몰랐다는 점이다.
대량의 플루토늄 잔류량이 발견된 경위가 상세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본측의 신고로 알게 된 것 같다.
IAEA가 사전에 알았다면 당연히 일본측에 잔류플루토늄 회수지시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AEA는 사찰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만일 IAEA가 면밀한 계측결과 대량의 플루토늄 잔류량을 알아냈다면 일본의 저의가 의심받게 될 것이다.
그동안 왜 일본이 이를 신고하지 않았느냐 하는 점이다.
IAEA는 플루토늄 측정시 10∼15%의 오차를 인정하고 있어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8㎏을 빼돌리더라도(감시카메라가 있어 쉽지는 않지만) IAEA는 이를 알 수가 없는 탓이다.
이번 경우는 북한의 핵사찰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북한은 사찰을 근본적으로 거부한 것이고 일본은 계측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인 반면 일본은 플루토늄의 소재가 밝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플루토늄은 일단 전부 밀폐된 핵연료제조공장 안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따라서 단지 이번 사실만 보고 IAEA의 공평성을 따질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앞으로 IAEA와 일본은 이같은 플루토늄 잔류량을 많이 남기지 않도록 함으로써 주의의 의심을 불식시켜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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