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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내생각은…

남북 정상, 온난화 문제도 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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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올여름 홍수로 북한에서는 약 3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3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한 해 수확량의 11%에 이르는 45만t의 곡물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북한에서는 1995년부터 매년 반복되는 가뭄·홍수 등 기상재해로 인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고난의 행군’이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자연재해는 기상이변 등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무분별한 국토 개발, 산림 남벌, 재해 방지와 복구 시스템 미비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지난 세기 동안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0.6도 정도 상승했으나 남한은 1도 내외, 북한은 1.9도 상승해 온난화 추세가 한층 두드러졌다. 특히 도시화·산업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는 압록강 주변 중강진의 기온이 3.1도 정도 상승한 사실은 북한 온난화의 요인이 단순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북한의 온난화 현상은 온실 기체의 증가보다 이산화탄소와 햇빛, 그리고 빗물을 흡수해 기후를 조절하는 산림이 파괴된 것과 관련이 깊다.

북한은 70년 중반부터 ‘자연 개조 5대 방침’에 따라 나무를 베고 다락밭(계단밭)을 조성하는 개간사업을 벌여 옥수수와 감자를 생산했다. 경제 사정 악화로 에너지난이 계속되면서 땔감용으로 나무를 베고, 외화 벌이를 위해 산림을 벌목하면서 산은 황폐해졌다. 산지를 잘못 개발해 농경지가 범람하고 작물 생산에 실패하면서 식량이 부족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생태계를 다시 파괴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변화가 자연생태계, 주민 보건,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세계적으로 1100여 가지 전염병이 확인되는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염병 확산 위험이 커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가 발생한 배경, 과정, 영향, 그리고 완화와 적응에 대한 남북한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의 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조림사업, 기상재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후변화를 탐색하기 위한 기상관측 자료 공유와 관측망 구축, 자연생태계 학술 조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사업에 대한 남북한의 공동 조사 연구 등을 협의해야 한다.

북한의 기후변화와 생태계 문제에 우리가 관심을 갖는 단기적인 방법은 북한이 자연재해와 생태적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길이다. 북한에 심는 한 그루의 나무는 북한의 숲을 복구하는 일이지만, 남한에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에 따라 앞으로 경제 활동에 필수적인 탄소 배출권을 확보하는 미래형 투자이기도 하다. 이러한 교류 협력은 자연재해 후 일과성으로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보다 원천적이고 항구적인 해법이다. 북한의 기후변화와 자연생태계에 대해 남북이 협력하면 한반도에서 매년 발생하는 엄청난 자연재해에 공동 대처할 수 있게 돼 피해를 크게 줄일 것이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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