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사랑은 책한권부터-前국교교장 丁智榮씨 끝없는 師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늘 벼르기만 하다가 실행에 옮기니 참 기쁘기 그지 없군요.
』 연로함에서 오는 어눌한 말투에서도 제자들을 아끼는 스승의 훈훈한 情을 느끼게 하는 淸岩 丁智榮선생(72).반평생을 지방국민학교 교사.교감.교장선생님으로 자라나는 새싹들을 가꾸어온 그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옛 근무학교들을 방문,동화 책을 전달했다.신경통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지난달말 丁교장이 방문한 학교는 교육자로 그의 삶의 방향을 바꾸었던 경기도 광주 五浦국교를 비롯해 모두 15개교.학교당 동화책 35권씩,금액으로 치면10만원 안팎의 작은 선물이었지만 거 기엔 아이들의 앞날을 생각하는 老교육자의 고귀하고도 정성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읽고 즐거워할 것을 생각하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35~36년만에 다시 가본 학교도 있어요.꼭 옛집에간듯 저절로 정이 가고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청암이 교육자로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48년.경성저금관리소에 근무하던 그는해방직후 관청.경찰.은행등 출세길이 넓은 직업을 마다하고 동경하던 교사로 전직했다.오포국민학교 교사로 부임한 청암은 그곳에서 3년간 근무한뒤 고골.古德 .孝德.芙蓉.城東.西井里국교등 경기도 일원의 국민학교를 거치며 교육자의 길을 착실히 걸었다.
62년 승진과 함께 경기도 가평에 있는 上面국교에 부임,대덕.
광선.공제.원곡국교 교감을 지낸후 73년 다시 교장으로 승진발령을 받아 성은.제 일.왕산국교 등에서 일했다.
84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공로퇴직을 자청한 그는 퇴직후 서예학원을 설립,원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다 지금은 집에서 건강을 돌보고 있다.
그가 근무했던 15개 국민학교를 모두 돌며 직접 어린이날 선물을 전달하는 기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출판사 예림당 羅春浩대표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청암의 뜻을 전해들은 羅씨가책값을 할인해 주고 운반차량과 직원까지 붙여주며 도움을 준것.
『학생수가 줄어 분교가 된 곳을 볼때는 가슴이 미어졌지요.하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이나 노는 모습은 모든 서운함을 잊게해 주었습니다.』 은퇴한 老교육자는 이렇게 말하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다.
〈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