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산책>집알이-집들이 간다는 집알이 한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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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남이 이사했을 때에 집 구경겸 인사로 찾아 보는 일.
봄은 이사의 계절이다.여기 저기에서 이삿짐을 차에 싣고 부리는 것을 볼 수 있다.이사를 한 다음에는 가재 도구를 어느 정도 정리한 뒤에 친척이나 친지를 초대하게 마련이다.
이렇게 새 보금자리로 이사를 한 뒤에 친척이나 친지를 초대하여 자축하는 뜻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집들이」라고 한다.집들이가 늦어지면『언제 집들이 할거냐』『새 집으로 이사하고 집들이도 안하고 넘어갈거냐』고 일쑤 채근당하게 된다.
집들이는 이렇게 새 집으로 이사간 사람이 베푸는 것이다.이때초대 받은 사람들은 새 집의 행운을 비는 뜻으로 성냥이나 초.
세제등을 사 가지고 가서 축하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집들이 하는 집에 가는 것을 흔히「집들이 간다」고 한다.이것은 우리의 좋은 말을 미처 몰라 잘못 쓰고 있는것이다.이런 경우에는「집알이 한다」고 해야한다.
남이 이사했을 때에 집 구경겸 인사로 찾아 보는 일을「집알이」라 하고,이렇게 하는 것을「집알이 한다」고 하는 것이다.『오늘은 친구네 집알이 하러 가오』이렇게 쓰인다.
『고모에게는 가장 불행하고 비통한 집알이였다.』 염상섭의 단편소설『표본실의 청개구리』에 보이는 집알이도 이런 것이다.집 주인은「집들이」를 하고,친지들은 집들이 하는 집에「집알이」를 하는 것이다.우리의 잊혀진 좋은 말「집알이」를 살려 쓰도록 해야겠다. 朴甲洙〈서울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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