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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것 없어 탈출-귀순 여만철씨 일가족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달 30일 북한을 탈출,귀순한 북한 주민 여만철씨(48)와 부인 이금옥씨(45)등 일가족 5명은 2일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식량배급이 전면중단됐다』면서『이 때문에 식량을 구하기 위해 농촌을 떠돌거나 중국등지로 탈출하는 주민이 늘고 있고 金日成부자에 대한 충성심도크게 떨어져 사회적 불만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탈출동기는.
▲여씨=군 제대후 사회안전부에서 근무하다 87년6월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쫓겨났다.이 때문에 딸이 기쁨조와 市黨 타자수로 선발됐다가 연거푸 탈락돼 자식들의 장래가 걱정되던 차에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먹고 살기가너무 힘들어 탈출을 결심했다.
-탈출경로는.
▲여씨=3월초 식량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여행허가를 얻어 딸과큰 아들을 갑산의 외가로 먼저 보내 압록강의 얼음상태를 살펴보도록 했다.
얼음상태가 좋을 경우「조카 결혼식」이라는 가짜 전보를 보내도록 했는데 4일뒤 전보가 도착해 처와 작은 아들을 데리고 열차편으로 함흥을 떠났다.3월19일 새벽 혜산에 도착해 사촌누이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던 자식들을 데리고 압록강변으 로 가서 20여m의 강을 건너 중국 장백지구(백두산지구)로 넘어갔다.
-한국에 온 경로는.
▲여씨=중국에서 조선족 金모씨를 만나 그의 집에서 지내다 3월말께 중국남방지역으로 내려가 한국정부와 통하는 한 중국인의 도움으로 홍콩을 거쳐 탈출에 성공하게 됐다.
-식량공급이 전면중단된 이후 생활을 어떻게 해왔는가.
▲부인 이씨=92년부터 식량배급때 2~3개월씩 밀리는 일이 잦아지더니 지난해 8월부터는 이마저 완전 중단됐다.식량을 구하기위해 지난해 4차례나 쌀이 비교적 많이 생산되는 황해도에 간적이 있으며 양말.수건.화장품등을 가지고 가 쌀 두사발에 양말두켤레하는 식으로 교환해 오곤 했다.그나마 어려워지자 항상 통강냉이를 불리거나 가루로 만들어 김치를 함께 넣어 죽을 쑤어먹었다.끼니때마다 아이들이 항상 배고프다고해 부모로서 괴로웠다(감정에 북받치는 듯 울음).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나 알려졌는가.
▲여씨=93년까지는 북핵사찰문제를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으나 올 들어서는 북핵사찰단이 도착했다는 소식만 짤막하게 보도하는등잘 알려지지 않고있다.주위에서 자강도남민군에서 핵수류탄 실험을했다는 소문과 93년7월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다단계 미사일을 2발 발사실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洪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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