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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간 96조원 원조 북한은 고장난 전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중국 현역 관료들이 직접 쓴 것으로 알려진 '북한 비판서'가 일본에서 출판된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1일 이 비판서가 당초 중국의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었으나 여의치 않자 일본으로 흘러들어 조만간 문예춘추사에서 '대(對)북조선.중국기밀 파일'이란 제목으로 번역.출판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책의 원고 작성자들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북한 외교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대외연락부 아시아국, 외무성 아시아국, 중국군사과학원 등의 현역 관료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공동 집필한 책이 일본에서 출판되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 방식과 북.중 외교의 현주소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에서 집필자들은 북한을 '고장 난 전차'라고 지칭하며 "북한 때문에 중국의 외교 전략과 국제적 지위가 손상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책은 중국이 북한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결정적 사례로 2006년 10월의 핵실험 통보 지연 사건을 들었다. 당시 주중 북한대사관은 핵실험 실시 약 2시간 전에 평양으로부터 "(실험) 30분 전에 중국에 통보해 주라"는 연락을 받았다. 최진수 주중 북한대사는 예정보다 시간을 더 지체했고, 중국 정부에 실제로 통보된 시간은 실험 20분 전이었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고 서둘러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으나 이미 핵실험이 끝난 직후였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때문에 체면을 크게 구겼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은 1950년대 이후 중국이 북한에 지원한 원조 금액이 약 8000억 위안(약 96조원)에 이른다는 북.중 간 기밀도 공개하고 있다. 책은 또 북한이 마약 거래와 위조지폐를 국가 차원의 범죄로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는 한편, 김정일 정권이 붕괴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담고 있다.

북한 문제에 정통한 와세다대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교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자세히 기술돼 있는 최초의 서적으로 보인다"며 "북한에 휘둘리는 데 대한 중국 내부의 강한 반발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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