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NICS민영화회의에 참가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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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신흥공업국 민영화 회의가 지난 3월29일부터 30일까지 브라질의 상파울루에서 열렸다.南美 신흥 공업국인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칠레 등의 민영화 정책이소개되었고,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만.말레이시아.태 국 등 아시아신흥 공업국가들의 민영화 정책도 발표되었다.남미의 신흥 공업국가들과 아시아의 말레이시아 및 태국의 민영화 실적은 우리보다 앞설 뿐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과감한 대외개방,경쟁원리의도입으로 우리나라를 한발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선 남미 신흥 공업국가들과 다른 아시아 신흥 공업국가들의 경우 민영화 대상 기업 선정에 있어서 벌써 우리와는 차원이달랐다.우리나라의 경우 이번에 완전 민영화하기로 확정된 주요 공기업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몇개의 은행,인쇄소 기능 을 가진 국정교과서,오래된 비료공장 등이다.그리고 한국전력.한국통신.가스공사.한국중공업.포항제철 등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방침은「잘 모르겠다」이다.그래서 수십억원을 들여 민간 전문 용역업체에 이들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 가능성 여부를 진단케 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남미 신흥 공업국 대부분은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소위 기간산업 또는 전략산업들을 이미 민영화시켰으며,이들은 민영화 이후 급속한 발전을 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남미신흥 공업국 중 민영화의 선두 주자로 아르헨티나를 꼽을 수 있는데 아르헨티나는 통신공사의 분할 민영화를 1990년에 실시하였고,전력공사 발전부문의 분할 민영화는 1992~93년에 실시하였으며,천연가스공사의 분할 민영화는 1992년에 실시되었다.
아르헨티나의 석유공사인 YPF도 199 3년부터 민영화에 착수하였으며 1995년말까지는 중앙정부 보유주식 20% 이외의 정부주식을 모두 매각할 수 있도록 국회의 승인을 받아놓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민영화 대상 공기업은 기간산업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아르헨티나는 부에노스아이 레스市의 상.하수도 업무를 민영화했고 철도 운영과 일부 고속도로 건설도 민영화했다.말레이시아에서도 1988년 이후 3개의 고속도로 건설과 클랑지역의 컨테이너부두 운영을 민영화했다.그리고 이들 나라의 민영화는 대체로 주인을 찾아 책임 경영을 하게 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 외국 자본을 참여시키는 면에 있어서도 남미및 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은 매우 과감하고 적극적이었다.1980년대까지는 외국인 자본이 의심을 받아왔고 따라서 규제받아왔으나 1990년대에 와서는 외국인 자본이 환 영받고 있고따라서 내국인과 유사한 조건으로 민영화에 참여시킨다는 것이 우리나라를 제외한 신흥공업국들의 대체적인 입장이었다.
우리나라는 상장주식에 대해서만 제한적인 외국인투자(10%한도)를 허용하고 있어 매각 단계에는 외국인이 참가할수 없으며 기간산업 외국인 투자는 거론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남미 신흥 공업국들은 1990년을 전후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증권투자 뿐 아니라 외국인의 경영참여도 적극적으로 유도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아르헨티나 통신공사의 경우 60%는 국내외 공동 컨소시엄에 매각했고 30 %는 증권시장에 매각했으며 10%는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했는데 국내외 컨소시엄내에서의 외국인 지분 구성비는 72~75%로 외국인이 대주주가 되는 것도 허용했다.발전소 민영화때에도 60%의 지분을 외국자본이 가져가도록 허락하였으며 부쒀 노스아이레스 상수도 운영 민영화에도 56%의 외국 자본이 참여하도록 했다.이들 외국대주주들은 해당 기간산업의 운영권을 가지되 일정한 투자확장의 의무도 동시에 지도록 유도해 부족한 사회간접자본(SOC)투자재원을 자연스럽게 증대시켜나 가고 있다.공기업 민영화 과정에 있어서 외국인 투자를 과감하게 개방하는 것은 아르헨티나 이외의 다른 남미 신흥 공업국들과 말레이시아.태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최근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남미및 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의 공기업 민영화가 이상과 같이 대상 공기업 선정에 있어서나 외국인 투자참여면에 있어서 우리 시각으로는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변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새로운 기술개발 ,효과적인 규제장치의 발굴로 기간산업의 민영화가 기술적으로 가능해졌을 뿐만아니라 후진국 국내 시장에서의 독점이익을 찾아다니던 과거의 몇몇 다국적 기업의 자본은 이제 다양화된 국제 자본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를 배척할 이유가 없게된 세계경제 환경변화를 우리보다 먼저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본다.그리고 그들은 공기업 민영화를 경쟁을 통한 해당 산업의 시설투자 확충과 공공서비스 증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예의 아르헨티나 경제성장은 1992~93년 기간중 우리보다 높았고 말레이시아와 태국도 우리보다 경제성장률이 월등히 높다.
이와같이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도 변하고,우리보다 뒤처진 후진국도 급속히 변하고 있다.그런데 우리의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서되풀이되는 재벌참여 제한과 외국인 기피 논의는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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