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차 없는 날' 실험 … 시민들 호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교통량을 줄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차 없는 날’ 행사가 10일 서울 종로거리에서 열렸다.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보신각 앞 차도에 마련된 임시 잔디밭을 걸으며 차 없는 거리를 즐기고 있다. 노선버스를 제외한 차량의 종로 진입을 통제한 이날 시내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김태성 기자]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강남구 역삼동까지 버스로 출근하는 회사원 최영석(34.삼성테스코)씨는 10일 출근 때 기분이 좋았다. 평소보다 교통량이 많은 월요일의 혼잡을 각오하고 집을 나섰는데 종로 일대에서 버스가 잘 빠지면서 출근시간이 오히려 5분 정도 단축됐다. 이뿐 아니라 공짜로 버스를 탔다.

서울시가 이날을 '차 없는 날(Car-Free Day)'로 지정하고 종로 일대의 차량 통행을 버스를 제외하고는 금지하는 실험을 하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최씨는 "매월 이런 행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 없는 날' 행사를 치른 10일 서울 종로 일대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승용차를 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서울시의 실험에 상당수 시민이 호응한 결과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4시~오후 6시 세종로 사거리에서 동대문 사거리까지 종로 일대 2.8㎞ 구간에서 버스를 제외한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이 결과 오전 7~9시 출근시간대 서울 시내 통행량이 3일에 비해 22% 줄었다. 대신 오전 9시까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하자 버스 승객은 늘었다.

'차 없는 날' 행사는 이날 하루만이라도 승용차를 타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선언적인 캠페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기 오염과 교통 혼잡을 줄이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종로 일대를 시범 지역으로 정해 차량 통행을 막는 실험을 했다.

그러나 자영업자.택시기사와 오토바이 택배기사들은 "생계 차원에서 종로로 다녀야 하는 시민을 배려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민들 호응='차 없는 날' 서울조직위원회는 "이날 출근시간대인 오전 7~9시의 서울 도심 교통량은 일주일 전인 3일에 비해 22% 줄었다"고 말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상당수 시민이 서울시의 실험에 호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포로.한강로.한남로 등 다른 13개 도로의 출근시간대 통행량도 17% 정도 줄었다. 홍보가 꽤 되면서 많은 시민이 승용차를 갖고 나오지 않은 것이다. 종로 거리에서 시민들은 보신각 앞 차도에 마련된 임시 잔디밭을 걸으며 '차 없는 거리'를 즐겼다. 시민 김종호(36.회사원)씨는 "종로의 차도를 걸어 보니 상쾌했다"고 말했다.

◆개선도 필요=종로 일대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택배회사 직원, 택시 기사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이정수씨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추석을 앞두고 한창 바쁜 시기인데, 택배 회사나 비즈니스맨이 보는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항의 글을 올렸다. 한 택시기사는 "'차 없는 날'이라고 종로를 피해 다녔더니 손님과 거리.요금 문제로 마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대중교통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과 장애인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copipi@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J-HOT]

▶"차 없는 날 좋긴 한데 왜 하필 월요일…"

ADVERTISEMENT
ADVERTISEMENT